문재인 대통령이 5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에 대한 경호를 대통령 경호처가 계속 맡으라고 지시한 데 대해 6일 법조계에서 "월권"이란 지적이 나왔다. 관련 법상 경호 연장이 가능한지 논란이 있는 데다, 법제처의 유권 해석이 나오기도 전에 대통령이 연장을 지시한 것은 국회 입법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야당은 "법에 근거하지 않은 지시야말로 '제왕적 대통령'의 모습 아니냐"고 했다.

정부는 작년 10월 전직 대통령과 배우자에 대한 청와대 경호처의 경호 기간을 현행 퇴임 후 15년에서 20년으로 늘리는 내용의 '대통령 경호에 관한 법률'(경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사이 이 여사에 대한 법정 경호 기간 15년이 지난 2월로 끝났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법에 따르면 (경호)처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국내외 요인(要人)에 대해선 경호처가 경호할 수 있다"며 경호처가 계속 경호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대목은 경호처 경호 대상에 '그 밖에 처장이 경호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국내외 요인'이라고 규정한 경호법 4조1항6호다. 그러나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는 "같은 법에 전직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규정이 있기 때문에 '그 밖에'라는 보충 규정을 이 여사에게 적용하는 건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법제처에 관련 규정의 유권해석을 의뢰한 데 대해서도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먼저 법제처의 해석을 받게 한 뒤 거기에 따라 (대통령) 입장을 내는 게 맞는다"고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와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손 여사에 대한 경호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2월 청와대에서 경찰로 이관됐다. 당시 경호법은 퇴임 후 7년까지만 청와대가 경호를 맡도록 했다. 이후 경호법 개정으로 경호처 경호 기간은 2010년에 10년으로, 2013년에 15년으로 늘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손 여사에 대한 경호는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해서 경찰이 경호하는 것이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