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90년대 놀이 문화를 대표하던 롤러스케이트장, 볼링장, 동네 오락실 등 추억의 놀이터가 돌아왔다. 옛 분위기를 살리면서도 감각적인 인테리어로 10~20대에게도 인기다. 인천 숭의동 롤캣에서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젊은 연인(왼쪽 사진)과 서울 강남역 템플스트라이크에서 화려한 조명 아래 록볼링을 즐기는 모습.

추억의 놀이터가 돌아왔다. 1980~90년대 놀이 문화를 대표하던 롤러스케이트장, 볼링장, 동네 오락실 등이 다시 문을 열고 있다. 음악과 드라마, 패션 등 문화 전반에 대세로 떠오른 '복고'가 놀이 공간까지 확산됐다. 반기는 건 20세기 소년·소녀들만이 아니다. 생소한 아날로그 문화를 이색적이고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10~20대의 반응도 뜨겁다. 촌스러운 옛 모습을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옛 분위기에 최신 감각을 더한 세련된 공간이 반긴다. 이번 주말 굳어 있던 감성과 팔다리를 풀어줄 추억의 놀이터로 봄나들이 떠나보자.

추억 위를 달리는 롤러스케이트장

청남방에 청바지 빼입고 머플러 휘날리는 멋쟁이는 없지만 롤러스케이트장에선 보니엠의 'Sunny'가 여전히 흘러나오고 있었다. 지난 1일 오후 인천 숭의동 롤캣(032-888-2685)은 사람들의 열기로 후끈거렸다. 1980~90년대 롤러스케이트장에서 흘러나오던 유로 음악과 방탄소년단·트와이스 등 아이돌 음악, 색색의 조명이 분위기를 띄웠다. "요즘 롤러스케이트장이 다시 생기면서 친구들이나 아이들 사이에도 소문이 나서 일부러 찾아왔어요." 인천 송도에서 왔다는 이정민(35)씨가 웃으며 말했다.

재작년 2월 롤캣이 문을 열면서 사라졌던 롤러스케이트장이 전국적으로 부활하기 시작했다. 왕년에 롤러스케이트 좀 타던 30~50대는 물론 새로운 공간을 반기는 10~20대까지 새롭게 문 연 롤러스케이트장으로 모여들었다. 권기범(40) 대표는 "당시 복고가 유행하기도 했고 내 아이와 함께 가족이 즐길 수 있는 곳이 없을까 고민했다"며 "롤러스케이트도 타고 카페처럼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고 했다. 1200여㎡(350평) 규모에 복고와 빈티지한 인테리어를 더한 롤러스케이트장은 래퍼 빈지노의 뮤직비디오를 비롯해 광고 촬영지로도 등장했다. 빈티지 소품을 모아놓은 공간과 사진 찍기 좋은 벽화도 이색적이다. 4~6월 평일 오후 1시에서 10시, 주말 오전 10시에서 오후 11시 개장. 2시간 기준 성인 1만원, 소인 8000원(입장료·롤러스케이트 대여료 포함).

화려한 그래피티와 DJ 부스에서 DJ가 선곡해주는 신나는 음악 사이로 롤러스케이트를 즐기는 사람들이 속도를 낸다. 경기도 부천 심곡동 자이언트롤러장(032-611-0512)도 롤러스케이팅을 즐기는 사람들의 열기로 뜨겁다. 김민수(40) 대표는 "자이언트롤러장은 30년 전 부천에서 유명했던 롤러장"이라며 "추억의 장소를 재현했다"고 했다. 1000여㎡(300평) 규모의 트랙에선 초등학생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세대가 함께 즐기고 있었다. 서울 목동에 사는 주부 김지연(41)씨는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과 놀 만한 곳이 없었는데 아이도 어른도 같이 놀 수 있고 지루하지 않다"고 했다. 자유자재로 롤러스케이트를 타던 신은유(9·도담초3)양은 "요즘 친구들 사이에 롤러스케이트가 인기"라며 "스마트폰보다 훨씬 재밌다"고 했다. 주말 오후 1시에서 6시까지 DJ가 신청 음악을 틀어주고 레크리에이션도 진행한다. 중간중간 조명과 스모그 효과로 달라지는 분위기도 이색적이다. 평일 낮 12시에서 오후 10시까지, 주말 오전 10시에서 오후 10시까지. 평일 종일·주말 3시간 기준 성인 1만1000원, 유아~고등학생 9000원.

1피자, 맥주를 즐기며 1980~90년대 복고 게임 즐길 수 있는 서울 연희동 연남오락실. 2록볼링장으로 변신한 서울 강남역 템플스트라이크. 화려한 조명과 신나는 음악에 칵테일바까지 갖춰 볼링의 재미를 더한다. 3화려한 그래피티와 DJ 부스가 인상적인 부천 자이언트롤러장. 30년 전 유명했던 롤러장을 재현했다.

동네 오락실의 귀환

100원 동전 하나로 시간 가는 줄 모르던 동네 오락실이 다시 '어른이'들을 불러 모은다. 전주 한옥마을에 작년 3월 문 연 맹꽁이오락실(010-3650-8895)은 건물부터 이색적이다. 옛 전주여고 앞 문방구 건물의 오래된 한옥 느낌을 그대로 살려 문을 열기 전부터 시간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 든다. '드르륵' 미닫이문 열고 들어가면 동네 오락실에서 보던 오락기가 반긴다. 갤러그, 너구리, 테트리스, 스트리트파이터 등 1980~90년대 대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맹꽁이오락실은 어릴 적 제가 다니던 학교 앞 오락실 이름이에요. 저와 같은 추억을 가진 30~40대 남성들이 한옥마을에 와서 놀 만한 곳을 만들었어요." 정승용(40) 대표의 예상과 달리 오락실엔 10대부터 데이트하러 온 커플, 50~60대 고객들도 찾아와 붐빈다. 추억의 게임을 즐기는 공간인 만큼 새 물건보다 오래된 자개상, 아날로그 소품을 배치했는데 사진 찍으러 오는 이들도 많다. 연중무휴, 오전 9시부터 자정까지 무인으로 운영된다. 게임당 500원.

오락실은 아니지만 오락실 분위기와 '피맥(피자+맥주)' 즐길 수 있는 곳도 있다. 서울 연희동 건물 지하에 자리 잡은 펍(Pub) 연남오락실(010-2728-1212)이다. 영업 담당 고양이 '나르'와 '니달리'가 반겨주는 펍에 들어서면 동네 오락실에서 보던 전자오락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어릴 때부터 동네 오락실 문턱 닳도록 다녔다는 게임 마니아 이상은(32) 대표가 수집한 1980년대 후반~1990년대 후반 게임기들이다.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기도 하고 요즘은 접하기 어려운 게임들을 편하게 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맥주 한잔하러 왔다 게임 즐기고, 게임 하러 왔다 칵테일 마시는 손님 많다. 레트로 게임뿐 아니라 VR 등 최신 게임도 구비돼 있다.

특이한 건 게임에 추억이 있는 30~40대 남성보다 20대 초반 여성 손님이 많다는 것. 대학생 이주연(20)씨는 "이름도 분위기도 독특해 호기심에 찾았는데 친구랑 처음 옛날 게임하며 색다른 경험을 했다"며 웃었다. 게임 CD 케이스로 만든 메뉴판도 독특하다. 페페로니 피자(1만1000원)가 인기며 생맥주, 칵테일 등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월요일 휴무. 일~목 오후 6시에서 오전 2시, 금·토 오후 6시에서 오전 4시까지.

지난달 방영을 시작한 국내 최초 볼링 예능 프로그램 ‘전설의 볼링’에서 볼링공을 던지고 있는 가수 이홍기.

뜨거운 인기만큼 새로워지는 볼링장

1980~90년대를 주름잡던 볼링의 인기도 뜨겁다. 하나둘 사라지던 볼링장이 몇 년 전부터 야광 조명과 음악을 더해 맥주나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록볼링장, 볼링펍 등으로 변신해 주목받기 시작하더니 배우 김수현, FT 아일랜드 이홍기, 동방신기 유노윤호 등 볼링 마니아 연예인들의 취미로 알려지며 볼링의 인기가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송은이, 이홍기, 권혁수 등이 출연하는 국내 최초 볼링 예능 TV조선 '전설의 볼링'도 전파를 타기 시작했다.

볼링장도 업그레이드 중이다. EDM(일렉트로댄스뮤직)과 최신 가요가 쾅쾅거리고 색색의 눈부신 조명에 압도된다. 최근 서울 강남역에 문을 연 템플스트라이크(02-3477-8008)에 들어서면 클럽에 들어온 느낌마저 든다. 24시간 운영되는 볼링장은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록볼링장으로 화려하게 변신한다.

영어 학원 친구들과 함께 왔다는 대학생 진지희(24)씨는 "주위 사람 신경 쓸 필요 없이 음악과 분위기 즐기면서 칠 수 있어 록볼링을 선호하는 편"이라며 "맥주도 마시고 친구들이랑 알차게 놀기 좋다"고 말했다. 30~50대 직장인들의 회식 장소로도 인기다. 칵테일바에서 커피, 맥주, 위스키, 칵테일 등과 스테이크, 피자 등의 요리도 주문 가능하다. 간단한 스낵류를 파는 스낵 코너도 있다. 총 12개 레인 중 2개 레인은 프라이빗하게 즐길 수 있도록 룸볼링이 예약제로 운영된다. 일반볼링 평일 1인 1게임당 4500원·주말 5500원, 록볼링은 평일 5500원·주말 6500원.

서울 구로동 앵커스볼링라운지(02-866-8081)는 입구부터 분위기가 다르다.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카페 같은 인테리어에 소파가 놓인 공간은 볼링장보다 호텔 라운지 같은 느낌. 커피와 맥주 등을 파는 넓은 바와 포켓볼, 다트·농구 게임기가 눈에 띈다. 백형필 팀장은 "편안한 분위기에 자주 올 수 있는 볼링장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평일에는 주변 직장인들의 회식 장소로도 인기지만 주말엔 가족, 연인 등 남녀노소가 찾는다. 직장인 최현욱(34)씨는 "최근 볼링장이 많아져서 선택권이 넓어졌는데 좀 더 볼링에 집중할 수 있는 차분하고 깔끔한 분위기를 선호해 이곳을 찾는다"고 했다. 월~수요일 오전 11시에서 오전 1시, 목~토요일 오전 11시에서 오전 3시, 일요일 오전 11시에서 오후 10시. 주간 1게임당 4000원, 야간(오후 5시 50분 이후)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