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개월 된 첫째 딸이 누가 조금만 큰 소리로 불러도 깜짝 놀라면서 엄마한테 달라붙어요. 청소기 소리, 차 지나가는 소리에도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무서워합니다. 이런 행동이 자연스러운 건가요? 딸은 어렸을 때 워낙 제 곁에 붙어 있는 걸 좋아했어요. 그런데 가끔 설거지해야 할 때 딸이 울면 제가 소리친 기억이 있어요. 혹시 그런 이유로 트라우마가 생긴 것은 아닐까 걱정도 돼요. -서울 압구정동 소민 엄마·32
어린아이들의 공포 반응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선천적으로 겁이 많고 소심한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보다 무서움을 많이 느끼지요. 어머님이 설거지할 때 아이에게 소리를 쳤다고 하셨는데요. 어느 정도 강도로, 얼마나 자주 했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것만으로 아이에게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아이가 겁이 많은 이유가 '나(엄마) 때문은 아닐까' 하는 죄책감이나 불안감을 갖지 않는 게 좋습니다. 엄마의 불안이 아이에게 전달될 수 있으니까요.
아이마다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정도의 차이가 있습니다. 아이 특성에 따라 부모의 양육 행동도 달라져야 합니다. 겁이 많은 아이에게는 좀 더 조심스럽고 민감하게 반응해줘야 합니다. 영아들은 자기 스스로 행동이나 상황을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에 양육자가 맞춰야 하는 거지요. 아이를 큰 소리에 무뎌지게 하기 위해 더 큰 소리에 노출시키거나 하는 방법은 오히려 아이가 더 겁을 먹게 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편안함을 느끼는 크기 소리로 대화해주세요. 청소기를 돌리거나 차가 지나가는 것처럼 주변에서 큰 소리가 날 것 같은 상황에서는 미리 얘기해 주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빠방을 타러 갈 건데, 빠방은 힘이 세서 큰 소리가 날 수도 있어. 무서우면 엄마 손을 꼭 잡으렴" 하고 말이지요. 큰 소리로 인해 아이가 놀랄 경우 아이 반응을 그대로 수용하되, 부정적인 언급은 삼가야 합니다. "자동차가 지나가서 깜짝 놀랐구나. 엄마가 손 잡아줄게"라고 해야지, "왜 놀라고 그래! 그냥 차가 지나가는 거야"라고 해선 곤란한 거지요.
어린아이는 자기가 왜 놀라는지 알지 못하고 놀라지 않도록 스스로 조절할 수 없습니다. 아이가 놀라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임을 인정해주고, 아이 반응을 그대로 수용해줘야 합니다. 그러면 아이는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점점 무뎌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아이가 놀라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불안한 감정이 해소되지 않기 때문에 더 심하게 울거나 엄마에게 더 달라붙을 수 있습니다. '아이가 겁내거나 무서워할 때 받아주면 더 버릇이 나빠지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아이가 느끼는 공포에 대해 양육자가 이해해주면 아이는 편안함을 느끼고 조금씩 극복하는 힘을 키우게 됩니다. 아이가 좀 더 크면(5세 이후) 아이가 좋아하는 일과 큰 소리를 결합시켜 큰 소리에 대한 공포를 조금씩 줄여보는 경험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