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현대차그룹의 계열사 3곳에 10억달러(약 1조560억원) 이상 규모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4일 밝혔다.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2015년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흡수 합병에 반대했던 헤지펀드다.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한 부문인 엘리엇 어드바이저스는 이날 현대차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기아차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엘리엇 어드바이저스는 성명에서 “현대차그룹이 각 계열사의 기업 지배구조(거버넌스)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재무상태를 어떻게 최적화할 것인지, 자본수익률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 더 상세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국내 2위 대기업인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28일 부품 계열사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만들어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정부와 투자자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단순한 구조로 바꾸기로 한 것이다. 개편이 완료되면 현대차그룹의 구조는 ‘정몽구 회장 부자(父子)→현대모비스→현대차 등 각사’로 단순화된다.
엘리엇 측은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첫 조치를 취했다”고 평가하면서도 “각 회사와 주주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엘리엇 측은 “현대차그룹 경영진, 다른 주주들과 직접 이 문제들을 논의하길 바라고 개편안에 관한 제안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지배구조 개편안은 주주보다 정 회장 가족에게 더 이익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고 전했다.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은 중국과 미국 시장에서 판매 둔화로 고전하는 현대차그룹이 엘리엇 측의 경영 간섭으로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전했다.
삼성물산의 3대 주주였던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이 삼성물산에 불리하게 산정돼 주주 가치를 훼손한다며 합병에 반대했다. 그러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삼성의 손을 들어주면서 합병이 이뤄졌다.
이후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2016년 삼성전자에 회사를 인적 분할해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30조원 규모의 특별 배당을 지급할 것 등을 요구했다. 삼성전자는 지주사 전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지난해 4월 49조3000억원어치 자사주를 2018년까지 소각하겠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