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연장에도 승부가 나지 않아 일몰로 하루 뒤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첫 번째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의 최종 승자는 페르닐라 린드베리(32·스웨덴)였다. 린드베리는 3일(한국 시각) 8차 연장에서 7.5m 버디 퍼트에 성공, 파에 그친 박인비(30)를 제치고 메이저 대회에서 생애 첫 LPGA 투어 우승을 차지했다.
박인비는 8번째 메이저 우승과 통산 20승을 다음 기회로 미뤘다. 하지만 준우승으로 세계 랭킹을 6계단 끌어올려 3위가 됐다. 펑산산(중국)이 1위, 렉시 톰프슨(미국)이 2위다. 박인비는 준우승 상금으로 22만3635달러(약 2억3600만원)를 챙겨 시즌 총 상금은 1위(48만221달러·약 5억800만원)가 됐다. 평균 타수 69타로 코르다(68.313타)에 이어 이 부문 2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밤잠을 설치고 연장을 지켜본 국내 팬들은 "린드베리의 슬로(slow) 플레이에 울화통이 터지는 것 같았다"고 입을 모았다. 린드베리가 8차 연장에서 그린에 공을 올려 놓고 마크한 다음 실제 퍼팅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2분이 넘었다. 린드베리는 대회 내내 퍼트를 하려다 자세를 풀고, 클럽 선택에도 긴 시간을 할애하는 등 다른 선수보다 플레이 시간이 길었다. 3라운드 땐 그가 속한 조가 경고를 받기도 했다.
세계 골프 규칙을 총괄하는 R&A(영국왕립골프협회)와 USGA(미국골프협회)는 슬로 플레이에 벌타를 주거나 실격 처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세부 규정은 각국 협회와 대회 조직위원회에 맡겼다. 대부분 샷당 40~50초의 제한 시간을 두고 있다. 그린 위 플레이의 경우 그린을 보수하거나 볼을 집어 올려 닦는 행위 등은 제한 시간에 포함하지 않는다. 하지만 거리를 재기 위해 왔다 갔다 하거나 퍼트 라인을 읽는 것은 포함된다.
최진하 KLPGA 경기위원장은 "한국 팬 입장에선 충분히 화가 날 법한 상황이지만, 메이저 대회인 데다 연장전이 선수들에게 주는 압박감을 고려해 제재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