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유정 카피라이터

여기는 베트남 하노이. '반플랑'(푸딩의 일종)이라는 간식을 파는 구시가지의 작은 가게다. 아무런 장식도 없는 소박한 공간, 사람들은 대충 놓여 있는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반플랑을 먹는다. 반플랑은 지름 5㎝ 정도의 푸딩으로, 입을 크게 벌리고 먹으면 한입에 들어가는 크기다.

일요일 오후. 늘 그렇듯 가게는 학생과 젊은이로 붐빈다. 그런데 할아버지 한 분이 가게 앞에 자전거를 세운다. 노인이, 그것도 혼자서 올 집은 아닌데 할아버지는 북적북적 재잘거리는 아이들 틈 속에 홀로 고요하게 앉으신다. 오래된 자전거는 오후 햇빛에 반짝이고 할아버지는 반플랑 하나를 시킨다. 허름하지만 깨끗한 옷차림에 낡은 중절모와 선글라스까지 갖춰 쓰신 할아버지 앞에 놓인 반플랑. 할아버지 체격이 큰 편이라 반플랑은 더 작게만 보인다.

찻숟가락으로 천천히 한 숟갈 한 숟갈 반플랑을 떠먹는 할아버지. 한입이면 끝나는 조그만 반플랑을 마치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인 양 귀하고 정성스럽게 드신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을 선물하는 것처럼. 그리고 천천히 일어나 자신만의 비밀스러운 축제는 끝났다는 듯 다시 자전거를 타고 유유히 사라진다. 할아버지가 떠난 자리엔 아이를 데리고 온 젊은 부부가 들어와 앉는다.

우리 돈 500원이면 먹을 수 있는, 어떻게 보면 보잘것없는 간식. 사람들은 그것을, 그리고 그것을 먹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듯 보였다. 저마다 마음껏 즐기고 있다. 작은 것이 주는 소소한 즐거움의 가치를 알고 지키고 누리며 사는 이들은 멋지다.

겉으로 보이는 우리 삶은 점점 화려해지고 삶을 유지하는 비용도 자꾸 커진다. 어떤 디저트는 밥 한 끼보다도 비싸고, 텔레비전 속 먹방, 쿡방, 맛집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온갖 음식은 때로 우리를 주눅 들게 한다. 그래서 지금 이곳 풍경이 더 반갑다. 소박한 군것질거리 하나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멋스러움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며 반플랑을 먹는다. 지금은 나에게 선물하는 달콤한 시간. 이 시간을 바쁜 서울의 당신과도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