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동 KBS 사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우리 사회 일각의 비뚤어지고 왜곡된 인식에 다시 한 번 혀를 차게 된다. 청문회에선 양 후보자가 2014년 세월호 사고 당일 노래방에 갔느냐가 논란이 됐다. 양 후보자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버티다가 야당이 시간, 장소, 카드 사용 액수까지 공개하자 "송구하다"고 했다. 사고 당시 양 후보자는 KBS 부산총국 편성제작국장이었다. 세월호 사고와 직접 관련 없는 자리다. 사고 당일 우리 국민 수십, 수백만 명이 음주도 하고 노래방도 갔을 것이다. 그들 모두가 죄인인가. 모두에게 나름의 일상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양 후보자는 무슨 큰 죄를 지은 양 모르겠다, 기억이 없다고 하다가 나중에 카드 결제를 시인하고 머리를 조아리기까지 했다.

양 후보자가 이런 이상한 행동을 한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일 것이다. 하나는 양 후보자를 선택한 이 정권이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큰 득을 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을 곤란하게 한 '죄'가 있을 것이다. 또 하나는 그 자신이 지난달 24일 KBS 사장 후보자 정책설명회에서 세월호 리본 배지를 달고 나와 "적폐 청산"을 외친 그 위선이 부끄러웠을 것이다. 명색이 '공영' 방송사 사장이 왜 세월호 리본을 달고 나와 정치 쇼를 하는가. 이게 코미디 아니면 뭔가. 그는 설명회에서 "임원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KBS 홈페이지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공개할 것"이라고 했는데 본인의 카드 사용 내역이 문제가 되자 공개 안 하겠다고 버텼다. 보통 사람은 이 정도 위선이 드러나면 스스로 얼굴을 들 수 없어서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다.

이런 양 후보자는 천안함 괴담(怪談)을 그대로 방송한 '추적 60분' 보도에 대해선 "국민 알 권리 차원에서 당연히 다뤄야 한다"며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했다. 최일선에서 나라를 지키다 적의 공격을 받고 순국한 장병들과 그 유가족들을 두 번 죽이고 짓밟은 방송이었다. 그 괴담을 '합리적'이고 '과학적'이라고 하는 사람이 여행 중에 일어난 해난 사고는 순국선열 기리듯이 한다. 생각이 바르지 않고 뒤틀린 사람일수록 출세하는 세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