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26~28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방중(訪中)을 통해 중국과 6년간 서먹했던 관계를 밀월 수준으로 복원했다. 이는 4월 남북, 5월 미·북 정상회담에 임하는 북한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북핵 전문가들은 "북한이 동결 수준 조치를 비핵화라고 우길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전망했다.

지금까지 북한은 미국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 요구 속에서 과거보다는 '진전된' 비핵화 메시지를 '나 홀로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회담이 결렬되면 더 강도 높은 제재·압박, 경우에 따라 미국의 군사행동까지 각오해야 했다. 하지만 중국이란 확실한 우군을 확보함으로써 북한으로선 '회담 결렬에 대한 부담을 덜었고 운신 폭도 넓어졌다'고 판단할 개연성이 커졌다. 김정은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과거의 '시간 벌기용 살라미 전술'을 연상시키는 '단계적 동시 조치' 카드를 꺼낸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는 분석이다.

국정원 1차장을 지낸 남주홍 경기대 교수는 29일 "'단계적 동시 조치'란 기존 핵은 기정사실화하고 미래 핵만 동결하겠단 얘기"라며 "이는 미국이 원하는 핵 폐기 방식과 전혀 달라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신속하고 완전한 핵 시설 공개'를 요구하는 미국에 '단계적, 선택적 공개'로 대응하면서 그때마다 상응하는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전략으로 나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북한 전문가들은 이르면 31일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이 김정은 시대 '핵·미사일 폭주'의 사상적 토대가 된 '핵·경제 병진(竝進) 노선' 채택 5주년이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이날을 어떻게 기념하는지를 보면 김정은이 비핵화를 언급한 의도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