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기관지인 성조지(Stars and Stripes)는 22일(현지 시각) "다음 달 주한 미군이 한반도에서 최악의 악몽 시나리오가 전개될 경우에 대비한 대규모 (민간인) 소개(疏開·mass evacuation) 훈련을 실시한다"고 보도했다.

성조지는 "이번 소개(철수) 작전에는 민간인 지원자 100명을 선발해 미국 본토까지 탈출시키는 작전도 포함됐다"며 "미국 본토로의 소개는 사상 처음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이에 대해 주한미군사령부와 한미연합사령부는 "작전 사항이어서 확인해줄 수 없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안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비전투원 소개 훈련(NEO·Noncombatant Evacuation Operation)'으로 불리는 이번 탈출 훈련은 한·미 연합 훈련 기간인 다음 달 16~20일에 실시된다. 성조지는 전문가를 인용해 이번 훈련에 주한 미군 가족 등 대상 민간인의 약 10% 전후가 참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한 미군은 매년 한국 내 미 민간인 중 지원자들을 중심으로 1년에 봄가을 두 차례 민간인 철수 훈련을 해왔다. 미군 소식통은 "올해도 예년과 비슷한 100명 안팎의 미 민간인이 훈련에 참가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간 소개 훈련은 미군 가족 등을 일본 도쿄 서쪽에 있는 요코다 공군기지까지 철수시키는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엔 미 본토로 철수시키는 방향으로 대폭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이번 훈련은 한반도에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 주고 있다"고 했다.

성조지는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등 일련의 외교적 돌파구가 마련됐지만, 미국 당국자와 전문가들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했다.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은 최근 미 하원 청문회에서 "한반도에서 충돌이 발생하면, 탈출하려는 숫자는 충격적일 것"이라며 "20만명 이상의 미국인과 100만명의 중국인, 6만명의 일본인들이 탈출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지난해 12월 "한반도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며 주한 미군 가족 철수에 "비상 대응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북한은 지난해 화성-12형, 북극성-2형 등 주일 미군기지와 괌을 타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 능력을 과시했다. 한국 내 미국 민간인을 일본이나 괌까지 철수시켜도 여전히 북 미사일 위협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미 본토까지 철수시킬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미국 내에선 민간인 철수 훈련이 비현실적이란 비판도 나온다. 주한 미 대사에 내정됐다가 낙마한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최근 워싱턴포스트(WP) 기고에서 "수많은 민간인을 탈출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미국인들은 차라리 숨어서 전쟁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것이 낫다"고 했다. 현재 주한 미군 2만8500명을 제외한 '비전투원 소개 작전' 대상인 미 민간인(미군 가족 포함)은 23만명에 달한다. 이들을 모두 소개하는 데엔 1개월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비현실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