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1·2|이민진 소설|이미정 옮김|문학사상|368쪽|각권 1만4500원
이 소설을 한 줄로 줄이면 첫 문장이 될 것이다.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미국의 대표적인 한국계 저자가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 부산 영도부터 일본 오사카와 도쿄·요코하마를 아우르며 근현대사가 떨어뜨린 '재일교포'라는 거대한 쇠구슬의 궤적을 쫓는다. 기형아 훈이, 딸 순자, 순자가 일본으로 건너가 낳은 아들 노아와 모자수, 모자수의 아들 솔로몬까지 4대(代)에 이르는 굴곡. 구상부터 탈고까지 거의 30년이 걸렸는데, 지난해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뉴욕타임스, BBC 등 해외 언론 '올해의 책'에 선정되는 잭팟을 터뜨렸다.
'파친코'는 일본을 떠받치는 합법적 경제의 축이면서도 사행성에 바탕한 재일교포 기간산업이라 비난받는 경멸적 공간이다. '일본은 절대 변하지 않아… 넌 언제나 외국인으로 살아야 할 거라고.' 파친코로 큰돈을 벌지만 끝내 '나쁜 조선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들. 저자는 지난해 12월 본지 인터뷰에서 "고통은 인간의 조건"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인생이란 저 아이가 통제할 수 없는 일들로 가득하니까, 그에 적응하는 법을 배워야지. 내 아들은 살아남아야 해.' 그러나 고통이 죽음을 의미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