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연출가 이윤택(66)씨의 성폭력 의혹이 처음 불거진 것은 지난달 14일이었다. 피해자들이 하나 둘씩 입을 열기 시작하자 이씨는 기자회견을 열어 "더러운 욕망을 억제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윤택 성폭력 '폭로 이후 한국사회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운동'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 했다. 이후 고은 시인, 극작가 오태석, 배우 고(故) 조민기, 영화감독 김기덕, 배우 조재현, 배우 오달수, 사진작가 배병우 등에 대한 미투 폭로가 꼬리를 물었다.
피해자 17명은 집단으로 이씨를 고소했고, 결국 그는 영어(囹圄 )의 몸이 됐다. 첫 폭로 이후 38일 만이다.
◇"그는 내가 속한 세계의 왕이었다" 폭로부터 구속까지
지난달 14일 새벽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물을 하나 올렸다. 10년 전 연출가(이윤택)으로부터 안마를 강요 받았다는 것이다. 김씨는 "(이윤택이)성기 부근을 안마했다" "그는 내가 속한 세계의 왕이었다"고 썼다. 이를 시작으로 '이윤택 성폭력' 폭로가 쏟아졌고, 연극계 미투 운동이 들 불처럼 번졌다.
지난달 16일에는 연극배우 A씨는 “2000년 고교 졸업 뒤 (이윤택의) 극단에 들어갔으나, 회식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차 뒷좌석에서 이윤택에게 유사 성행위를 강요당한 뒤부터 7년여간 성폭력 당했다’는 요지의 글을 올렸다. 뒤이어 연극계 인사 B씨도 “열아홉 살, 스무 살이었던 2001년과 2002년 두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백했다.
파문이 커지자 이윤택은 기자회견을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성관계는 했지만 성폭행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말에 화가 난 추가 폭로자가 더 나왔다.
연극배우 김지현씨는 “이윤택의 성폭행으로 임신했고, 낙태하게 됐다”며 “그는 200만 원인가를 건넸고, 또 다시 나를 성폭행했다”고 고발했다. 기자회견 이후 극단 내부에서 “이씨가 ‘노래 가사를 쓰듯이, 시를 쓰듯이’ 사과문을 만들었고, 당원들과 함께 기자회견 리허설을 했다”는 추가 폭로가 나왔다. 이씨가 기자회견에 대비해 극단원들 앞에서 ‘표정연습’을 했다는 것이다. 이는 범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결국 지난달 28일 ‘사건 피해자 공동 변호인단’은 수사기관에 이윤택을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했다.
◇첫 폭로 이후 38일 만에 구속
수사는 서울지방경찰청 성폭력범죄특별수사대가 맡았다. 경찰은 이씨를 출국 금지하는 한편, 서울 종로구 주거지와 밀양연극촌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 수색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국 각지에 있는 피해자들을 만나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윤택은 지난 17~18일 이틀간 서울지방경찰청에 소환됐다.이씨는 1999년부터 2016년 6월까지 여성 연극인 총 17명을 성추행·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조사한 그의 성추행 혐의만 62건. 경찰은 이 가운데 24건을 구속 영장에 적시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죄목에 '상습'이 들어가는 중죄(重罪)인 데다, 증거인멸 우려가 있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법은 23일 오전 10시 30분 이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심사)을 진행한 뒤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된 이씨는 10일 뒤 검찰에 송치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가 중죄(重罪)이고 24건의 혐의와 구체적인 피해자의 진술이 있는 만큼 처벌을 피할 순 없다"며 "이번 구속을 통해 현재 수사·내사 중인 미투 사건들도 좀 더 적극적으로 조사를 펼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