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77) 전 대통령이 110억원대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 수감된 가운데, 각종 불법자금 전달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는 부인 김윤옥 여사에 대한 검찰 조사 여부에 이목이 집중된다.

이 전 대통령은 23일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됐다. 이 전 대통령에게는 수인번호 '716'이 부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치소 내 호칭은 원칙적으로 수인번호가 된다.
이 전 대통령이 23일 자정 검찰 호송차에 오를 무렵, 김 여사는 논현동 자택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지난 2013년 고향인 포항을 방문했다.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범죄사실에는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소남 전 의원등 정·관계 인사를 통해 받은 36억6230만원, 김성호·원세훈 전 국정원장 시절 받은 국정원 특수활동비 7억5000만원(10만 달러 포함) 등 총 110억원대 뇌물수수가 포함됐다.

이 같은 혐의의 상당 부분에 김 여사가 관여했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김 여사가 2007년 1월쯤 이팔성 전 회장으로부터 “국회의원으로 공천되거나 주요 금융 기관장으로 임명되게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현금 5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또 이 전 회장이 이듬해 1월까지 현금 3억5000만원, 이 전 대통령과 사위들 몫 고가 양복 등 총 1230만원 상당의 금품을 전달하는 과정에도 김 여사가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김 여사가 ‘돈다발’이 담긴 명품가방을 받아 이 전 대통령에게 자금을 건네는 등 ‘통로’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팔성 전 회장은 2010년 240만원 상당 루이비통 가방에 현금 1억원을 담아 선물 명목으로 청와대 관저에 머물던 김 여사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자금 전달에 쓰인 금품의 불법성까지 문제삼을 경우 통로 이상의 역할로 평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여사는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을 실소유주로 결론 낸 다스 관련 350억원대 횡령 범행에도 연루됐다. 이 전 대통령 내외는 다스에서 법인카드를 받아 1995~2007년 총 4억여원 어치를 쓴 것으로 조사됐다. 카드 사용내역에는 도곡동 고급 슈퍼마켓, 백화점, 미용실, 헬스클럽부터 미국 뉴욕 샤넬부띠끄매장까지 국·내외를 망라해 담겼다고 한다.

검찰은 그러나 김 여사를 직접 조사할지, 조사하게 된다면 어떤 방식이 적절할지 입장을 밝히는 것에 대해 조심스런 모습이다. 뇌물수수가 맞다면 그 종착지는 결국 이 전 대통령으로 평가될 것인데다, 이 전 대통령이 구속수감된 상황에서 전직 대통령 부부를 모두 조사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영장이 발부됐다고 해서 사건 수사가 종결된 것은 아니다”라며 “필요한 내용이 있다면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김 여사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더라도 처분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불법자금 전달에 관여했더라도 명확한 역할 분담이 있거나 하지 않는 이상, 대개 직계가족의 경우 주범에게 책임을 묻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 본인 조사도 녹록치 않을 전망이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강훈 변호사 등 변호인단과 접견하며, 앞서 소환조사 때와 달라진 입장이 없는 만큼 같은 범죄사실에 대해서는 조사에 응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