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하냐고요? 어제도 다 같이 찜질방에 가서 올림픽 피로 싹 풀었어요."

한국 아이스하키 실업팀 안양 한라에서 뛰고 있는 '파란 눈 용사(勇士) 3인방'은 골문을 향해 수십 차례 퍽(puck)을 날리면서도 지친 기색보다는 즐거운 표정이 더 묻어났다. 골리(골키퍼) 맷 달튼(32)과 수비수 에릭 리건(30), 알렉스 플란트(29)는 19일 한라 홈 구장인 안양 실내빙상장에서 팀 훈련을 마친 후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안양 한라는 지난 17일 아시아리그 2017~2018시즌 4강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에서 일본 도호쿠 프리블레이즈를 꺾고, 4년 연속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다. 24일 오후 3시 일본 오지 이글스와 우승(5전 3선승제)을 놓고 1차전을 갖는다.

지난 19일 안양 빙상장에서 훈련을 끝낸 선수들의 얼굴에선 지친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왼쪽부터 맷달튼, 알렉스 플란트, 에릭 리건. 셋은“아시아리그 우승 이후엔 세계선수권에서 올림픽 한을 풀겠다”고 말했다.

셋은 4주 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함께 뛴 귀화 선수들이다. 모두 캐나다 출신이다. 달튼은 러시아 소치올림픽 때 KHL(러시아리그)에서 뛰다 2014년 7월 안양 한라에 입단했고, 2016년 4월 특별귀화를 통해 한국 국적을 얻었다. 대표팀 후방을 책임진 수비수 리건과 플란트는 각각 독일, 노르웨이 리그에서 활약하다가 2015년 7월 안양 한라에 입단, 특별귀화를 통해 대표팀에 합류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이들에게 휴식은 사치에 가까웠다. 아시아리그를 모두 소화하면서 평창올림픽 대표팀 합숙 훈련에 참가했기 때문이다. 달튼은 "올림픽이 끝난 후 내 몸을 보니 여기저기에 멍이 들어 움직일 수 없을 정도였다"고 했다.

이들은 빙판에서 호흡을 맞추며 어느새 단짝이 됐다. 소속팀, 대표팀 연습 후엔 함께 찜질방을 가는 게 단골 코스다. 이들의 단골집은 안양 빙상장 근처의 한 삼겹살 가게다.

올림픽은 끝났지만, 이들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대표팀은 5월 4일부터 열리는 세계선수권을 위해 다음 달 16일부터 훈련을 시작한다. 달튼은 "열정적으로 응원해준 한국 팬들을 위해 세계선수권에서 올림픽 한을 꼭 풀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