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여배우들을 성폭행·성추행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연극연출가 이윤택(66)씨 측근들이 피해 여성들에게 “고소를 취하하라”고 종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윤택 사건 피해자의 공동변호인단’은 22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윤택씨가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공개사과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명숙 공동변호인단 변호사는 “이윤택 주변 인물들이 피해자들에게 전화해 ‘고소를 취하하라’고 회유하고 있다”면서 “피해자들은 (고소 취하를 종용하는) 선배들의 전화를 받을 때마다 괴로워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윤택 측이 회유 및 협박으로 범행을 은폐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며 “그가 구속되지 않으면 이런 일(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이 계속 벌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윤택 측이 언론 앞에서는 사죄한다고 하면서 뒤로는 ’2차 가해’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지난 21일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한 바 있다. 이씨의 구속 여부가 결정되는 영장실질심사는 오는 23일 열릴 예정이다. 변호인단은 “이윤택 측이 구속만큼은 면해보려는 계산으로 고소취하를 종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공동변호인단은 이씨가 재산을 은닉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던 이달 초 이씨가 배우 연습실로 쓰이던 서울 강북구 수유동 소재 건물을 돌연 급매(急賣)했다는 것이다.

변호인단은 이씨의 재산 형성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 시절 단원들의 통장을 몰수해 단독 관리해온 점 ▲10여 년간 일한 단원들에게 80만원의 월급만 지급한 점 ▲외부에서 공연지원금을 받으면서, 무대설치 공사는 무료로 단원들에게 시켰다는 점이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노정언 변호사는 “이씨의 재산 형성 과정, 단원들을 이용한 부당 재산 증식, 장부 조작 증거인멸 등의 혐의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민형사상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이 전 감독이 성폭력뿐만 아니라 단원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해 고막이 파열된 단원도 있었고, 여성 단원의 머리채를 잡고 가위로 머리를 듬성듬성 잘라놓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윤택 사건 피해자 공동변호인단(왼쪽부터 신은영, 안서연, 이명숙, 김보람, 노종언 변호사)이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전 감독은 1999년부터 2016년 6월까지 여성 연극인 총 17명을 성추행·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조사한 그의 성추행 혐의만 62건. 이 가운데 24건을 구속영장에 적시했다. 이에 앞서 이씨를 출국 금지하는 한편 서울 종로구 주거지, 밀양 연극촌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가 그렇게 말했다면 사실일 것”이라며 혐의를 대체로 인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일부 범죄사실에 대해서는 “기억이 안 난다” “연기지도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