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패럴림픽에 출전한 뉴질랜드 남자 알파인 스키 선수 애덤 홀(31)은 '척추 갈림증'이란 선천적 장애를 갖고 태어나 하반신을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 하지만 "움직일 수 있고, (절뚝거리지만) 걸을 수 있어 난 행운아"라고 말한다. 스키는 여섯 살 때 같은 장애를 겪는 친구와 시작했다. 얼마 후 스노보드로 전향했다가 다시 스키로 돌아왔다. 패럴림픽에 출전하고 싶다는 꿈이 더 컸다. 당시 패럴림픽에는 스노보드 종목이 없었다.
홀은 입문 13년 만에 뉴질랜드 국가대표로 2006년 토리노패럴림픽에 출전했다. 4년 뒤 밴쿠버패럴림픽 회전에서 개인 첫 금메달을 따냈다. 수퍼복합(회전과 수퍼대회전 기록 합산)에선 동메달을 보탰다. 개회식 기수를 맡은 2014년 소치 땐 입상에 실패했지만, 평창패럴림픽 회전 동메달로 기량이 녹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핀란드의 여자 노르딕 스키 선수 시니 피(26)는 두 살 때 스키를 시작한 유망주였다. 2010년 할머니 장례식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됐다. 그는 낙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주위 사람에게 "세상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음을 배웠고, 내 삶이 결코 끝난 게 아니라는 사실도 깨달았다"고 했다. 피는 사고 후 2년 만에 장애인 노르딕 스키(좌식)에 입문해 크로스컨트리와 바이애슬론 선수로 활동했다. 피는 2014년 소치패럴림픽에 처음 출전했고, 올해 평창에서 1.1㎞ 스프린트 13위, 12.5㎞ 14위를 했다.
두 선수는 스포츠를 통해 패럴림픽의 가치를 구현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홀은 "스포츠를 통해 자신을 수양하고 자신감과 용기를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현재 뉴질랜드 장애인 어린이를 대상으로 스포츠를 전파하고 있다. 핀란드 국가패럴림픽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피도 마찬가지다. 그는 "다른 장애인들도 장애를 갖는 건 결코 삶이 끝나는 게 아니라는 것과 그 두려움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는 사실을 믿길 바란다"고 말한다.
두 선수는 평창에서 패럴림픽 정신을 몸소 실천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황연대 성취상'의 주인공으로 선정됐다. 성적을 떠나 모든 장애인에게 모범을 보인 선수들에게 IPC(국제패럴림픽위원회)가 수여하는 상이다. '패럴림픽 MVP'로 인정받은 것이다.
16일 평창메인프레스센터에서 수상자를 발표한 황연대 박사는 "난 어린 시절 소아마비로 고생했고, 지금은 치매(3기)와 싸우고 있다"며 "인생을 사는 동안 누구나 고통을 겪기 마련이다. 그걸 극복할 수 있는 의지는 인간에게 주어진 선물"이라고 말했다. 황 박사는 18일 평창패럴림픽 폐회식 때 애덤 홀과 시니 피에게 직접 상을 시상할 예정이다.
☞황연대 성취상
동계와 하계 대회마다 용기, 결단, 동기부여 등 패럴림픽 정신을 가장 잘 구현했다고 평가받는 남자와 여자 선수 각 한 명이 수상자로 선정돼 폐막식 때 순금 75g의 메달을 받는다. 의사 출신으로 지체장애(소아마비)가 있는 황연대(80·사진) 박사가 1988 서울패럴림픽 당시 국내 언론으로부터 받은 '오늘의 여성상' 상금을 쾌척하면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