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연 TV조선 시사제작부 PD

오랜만에 만난 사람끼리 즐거운 자리가 무르익을 때면 꼭 듣게 되는 물음이 있다. "그 사건 뒷이야기는 없냐?" "A씨는 어떻게 생겼냐?" "사건 영상도 봤냐?"…. '방송국 다니니 넌 좀 색다른 걸 알아야 할 거야!'는 식의 기대감이 엿보인다. 하지만 아쉽게도 정보지(속칭 '지라시')나 소셜 미디어가 넘쳐나는 요즘엔 그들이 나보다 더 많이 알 때가 대부분이다.

물론 아주 조금 더 알 수도 있다. 내가 맡고 있는 '사건파일24'는 경찰과의 통화를 기본으로 한다. 그래야 사건 경위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어서다. 이 통화에서 얻게 되는 비공개 정보가 있는데 대부분은 범행 수법이나 동기에 관한 것이다. 내 지인들이 기대하는 '색다른 내용'이긴 하다. 하지만 그 내용을 방송에서 상세히 내보내진 않는다.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하거나 모방 범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많은 CCTV나 영상도 먼저 본다. 편집 전 일명 '풀(full) 영상'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선 특권이라면 특권이다. 너무 선정적이거나 참혹한 장면은 모자이크를 하거나 삭제해 방송한다. 하지만 남들보다 더 많이, 더 먼저 알게 됐다고 으쓱해지진 않는다. 오히려 괴로웠던 기억이 더 많다.

새벽에 눈 비비고 앉아 있다가 무방비로 처음 IS 참수 동영상을 봤을 때의 충격은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몸서리가 쳐진다. 기사에선 단지 '잔인했다' 한 줄인 살인 사건을 유혈 낭자한 현장 영상으로 확인할 땐 한동안 악몽에 시달린다. 영상이 너무 생생해 오히려 방송에서 쓸 그림이 없을 때도 많다.

그런데 걱정은 시간이 갈수록 사건이 독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10대 여학생이 아이의 시신을 훼손하고, 친구 아빠가 여중생을 살해한다. 현실에서 상상조차 힘든 사건들이 실제 일어난다. 그리고 사건 뒤에는 더 참혹한 범행 수법과 어이없는 범행 동기가 있다. 방송 준비를 위해 몇 시간씩 피폐한 내용을 파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우울감이 생긴다. 남들보다 조금 더 안다는 것. 그 무게를 견디는 것이 방송 현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