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인문학
개빈 에번스 지음 | 강미경 옮김
김영사 | 224쪽|2만원
'빨강머리 앤'은 검정으로 머리를 물들이려다 염색약 부작용으로 녹색 머리가 되는 불운을 겪는다. 앤은 왜 빨강머리를 콤플렉스로 여겼던 걸까? 이 책에 답이 있다. 빨강은 성적인 의미를 띠는 빛깔이기 때문이다. 빨강머리 여성은 이런 관념의 희생양이 되곤 했다. "(문학에서) 그들은 종종 솔직하지 못하고, 범죄적 성향이 강하며 성적으로 문란하고, 화를 잘 내는 것으로 묘사되며, 이런 이유로 불꽃 같은 색을 띠는 머리카락을 가리켜 '불같다'는 표현을 쓴다."(52쪽)
런던대 교수인 저자는 빨강에서 금색까지 11가지 색이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20세기 이전만 해도 어머니들은 아들에게 분홍색 옷을 입혔다. 붉은 피에서 파생된 색이라 남자답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1950년대 이후 미국 화장품 회사들이 분홍색 제품을 적극 판매하면서 분홍은 여자의 빛깔로 자리 잡았다.
동양권 사례도 풍부하게 소개한다. "녹색 계열을 영어권에서는 '초록(green)'으로 통칭하지만 한국에서는 초록의 두 가지 색조, 그러니까 좀 더 노르스름한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을 각각 다른 말로 표현한다."(1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