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패럴림픽에선 '체르노빌 상처'를 딛고 시상대 꼭대기에 선 이들이 있다.
이번 대회 4관왕에 오른 헨리에타 파르카소바(슬로바키아·32)가 대표적이다. 파르카소바는 14일 여자 알파인스키 시각장애 부문 대회전에서 2분23초00 기록으로 대회 4번째 금메달을 차지했다. 앞서 그는 활강, 수퍼대회전, 수퍼복합 등 3종목에서 모두 금메달을 휩쓸었다. 2010 밴쿠버 대회 3개, 2014 소치 대회 2개에 이어 평창에서 4개를 보태 9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파르카소바는 1986년 슬로바키아에서 태어났다. 그해 방사능 누출 참사가 일어났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에서 800여㎞ 떨어진 곳이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눈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의사는 파르카소바의 어머니가 방사능에 노출돼 자궁이 오염된 상태에서 출산한 것을 원인으로 진단했다.
파르카소바는 17세 때 고등학교 스키 캠프에서 처음 스키를 접했다. 그는 '동정받지 말자'를 좌우명으로 삼고 스키 훈련에 올인했다. 경기를 할 땐 비장애인 파트너인 가이드의 도움을 받았다. 가이드가 먼저 슬로프를 내려가면서 뒤따라오는 선수에게 무선 헤드셋으로 방향 지시 등을 해 준다. 파르카소바는 지난 10년간 선수 출신인 나탈리 수브르토바(슬로바키아)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파르카소바는 "5번째 금메달을 딸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대회 마지막날인 18일 회전 부문에서 이번 대회 5번째, 패럴림픽 통산 10번째 금메달에 도전한다.
미국의 옥사나 마스터스(29)는 1989년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에서 300여㎞ 떨어진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났다. 그의 장애 원인 역시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추정된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양쪽 다리의 정강이뼈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 발가락은 6개씩이었다. 두 개여야 할 콩팥은 하나뿐이었다.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림받은 그는 1997년 미국의 한 미혼 여성에게 입양돼 미국 패럴림픽 국가대표 꿈을 이뤘다. 마스터스는 14일 크로스컨트리 여자 1.1㎞ 스프린트 결승에서 4분6초7로 우승, 개인 통산 첫 패럴림픽 금메달을 따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