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람들|박상문 지음|예문아카이브|424쪽|2만8000원

'생활의 달인'이란 TV 프로그램이 있다. 지게꾼이든, 요리사든, 구두닦이든 자기가 하는 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내가 하는 일이 초라하다'는 생각이 들거나 '한국이 싫다'는 '헬조선주의'에 빠질 때 보면 큰 도움이 된다. 노동하는 인간의 자존감을 확인할 수 있고, 그런 인간이 모여 사는 이곳도 꽤 살 만하다고 느끼게 된다.

이 책은 '생활의 달인'을 고급스럽게 지면으로 옮겨놓은 것이라고 봐도 좋겠다. 저자는 35년 동안 한국인의 삶과 문화를 기록해온 사진기자다. 그가 지난 10년간 충무로, 인사동, 계룡산, 안동 하회마을, 남해 외딴섬 등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촬영한 인물 사진 중 250여 장의 사진을 엄선해 실었다.

책에 실린 40명의 한국 사람에는 도예가·서예가 등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장인뿐만 아니라 캘리그래퍼, 음악평론가, 악기 제작자 등 다양한 방면에 걸친 '달인'들이 포함돼 있다. 저자는 "자신이 하는 일에 가치를 더하고 자기 자신만이 아니라 주변과 이웃, 더 나아가 사회와 국가의 미래까지 고민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아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