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도지사. 당신을 오늘부터 ‘안희정’으로 부르겠다. 당신을 도지사로 모신 것이 부끄럽다”

8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성폭행 의혹에 대한 기자회견을 돌연 취소하자, 충청남도 공무원 노조가 이를 규탄하는 역(逆)기자회견을 충남도청 브리핑 룸에서 개최했다. 이 장소는 당초 안 전 지사 측이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던 장소다.

김태신 충남공무원노조 위원장이 8일 충남도청 브리핑 룸에서 ‘안희정 성폭행 의혹’에 대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충남 공무원 노조는 이날 발표문을 통해 “안희정 당신을 도지사로 모신 것이 부끄럽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충청남도 공무원노조는 이날 ‘(안희정의)기자회견 취소는 국민을 우롱한 처사’라는 발표문에서 “충청남도 공직자의 한 사람으로서 피해자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당신을 오늘부터 ‘안희정’으로 부르겠다”면서 “첫 피해자(김지은 충남도 정무비서) 발생 후 4일 동안 연기처럼 사라졌는데, 국민과 약속한 기자회견조차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숨어버렸다. 참으로 비겁하다”고 밝혔다.

충남 공무원 노조는 발표문에서 “당신을 도지사로 모신 것이 부끄럽다”, “안희정의 비겁함과 비열함은 충남 도정(道政) 시계를 수십 년 후퇴시켰다”, “정의와 민주주의란 말도 오염시켰다”, “대한민국과 도민과 도청 직원은 당신에게 배신 당했다”는 말을 써가며 강도 높게 안 전 지사를 비판했다.

김태신 충청남도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안희정은 국민과 도민 앞에 먼저 사과하고, 즉시 자진 출두하여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라”면서 “충청남도는 남궁영 도지사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흔들림 없이 충남 도정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지사는 이날 예정된 기자회견을 2시간 전에 돌연 취소했다. 그는 측근인 신형철 전 충남지사 비서실장을 통해 "모든 분이 신속한 검찰수사를 촉구하는 상황에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검찰에 출석해 수사에 성실하게 협조하는 것이 국민 앞에 속죄하는 우선적 의무라 판단에 따라 기자회견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충남 공무원 노조의 기자회견이 끝나고 시민단체 활빈당 소속 관계자가 현수막을 들고 난입해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활빈단 관계자는 “안희정은 한 여자 일생을 망쳐놓은 나쁜 인간이다. 기자회견 취소로 수많은 사람을 능욕했다”며 “하루빨리 검찰이 구속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활빈당 관계자가 충남도청 브리핑실에 난입해 시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