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na go to your home(너희 집에 가고 싶다)" 방송인 이상민이 이탈리아 로마 한복판에서 난데없이 외국인들을 붙잡고 말을 건다. 사람들이 난처한 표정을 짓자 이들은 "Please one day sleeping together(하룻밤 자게 해주세요)"라고 애원까지 한다. 하룻밤을 보내자는 말로 오해한 한 외국인 남성은 급기야 네 번째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반지를 가리키며 외친다. "I have wife(나 부인 있어)."
파일럿 방송으로 시작해 지난주 정규 편성된 KBS '하룻밤만 재워줘'에서 출연자들이 무리하게 숙박을 요청하는 장면. 이 프로그램은 외국어에 서툰 출연자들이 해외에서 직접 그날 잘 집을 구하는 예능이다. 낯선 외국 땅에 떨어진 연예인들이 관광은 하지 않고 온종일 하는 일은 생면부지의 사람들에게 '재워달라'고 조르는 일. 방송이 나간 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왜 애먼 사람들에게 집을 내어달라고 하느냐' '국제 망신이다' '민폐가 따로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늘고 있는 일반인 대상 TV 리얼리티 예능이 '민폐 예능' 논란을 낳고 있다. 종편 채널의 '한끼줍쇼', 지난달 설 특집으로 방송된 tvN '자리 있나요?'도 그 대열에 올랐다. 이 프로그램들의 포맷은 비슷하다. 한 동네를 돌며 무작위로 벨을 눌러 밥을 달라고 하거나(한끼줍쇼), 휴게소에서 만난 낯선 사람에게 목적지까지 같이 차를 타고 가자고 하거나(자리 있나요?), 외국인에게 하룻밤만 재워달라고 하는 식이다. 방송에 비치는 일반인들은 대부분 난처한 반응을 보인다. 연예인이 누르는 초인종에 "사전에 말씀도 안 하시고 이러시면 안 되죠!"라는 대답이 돌아오기도 한다.
출연자들이 일반인들에게 던지는 무례한 질문들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들은 '직업이 뭔지' '자녀가 다니는 대학은 어디인지' '배우자와는 어떻게 만났는지' 등을 묻는다. '한끼줍쇼' 시청자 게시판에는 "밥 한 끼 부탁해 집에 들어와서는 '고향은 어디냐' '이 집은 대출을 낀 거냐'고 묻는 걸 보고 호구조사 하러 나온 줄 알았다' '결혼 못 한 노총각에게 왜 결혼 안 하냐는 질문은 실례'라는 지적이 올라왔다.
전문가들은 일반인을 방송에 출연시킬 땐 제작진들이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방송국 예능국장 출신의 전진국 경기대 K컬처융합학과 특임교수는 "준비 없이 방송에 출연하게 된 일반인들은 사생활 문제 등에 있어서 더욱 조심해야 한다"며 "방송이란 이유로 일반인들에게 사생활을 드러내도록 강요할 권리는 없다"고 했다. KBS 하룻밤만 재워줘 박덕선 PD는 민폐 논란에 대해 "촬영이 끝나고 난 뒤 충분히 설명을 드렸다"며 "앞으로는 외국인들에게 잠자리를 요청할 때 (무례하다는) 오해를 사지 않도록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