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는 6일 박근혜 정부 시절 체결된 제9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의 협상 대표였던 황준국〈사진〉 주영(駐英) 대사를 이달 중 본부로 귀임(歸任)시키겠다고 밝혔다. 표면적인 이유는 황 대사가 2014년 협상 과정에서 미국과 협의한 내용 일부를 고의로 국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교가에선 "민주당이 작성했던 '적폐 청산' 문건에 황 대사가 거론됐기 때문에 외교부가 적폐 청산 시나리오에 따라 사실상 징계 절차를 밟는 것"이란 말이 나온다.

발단은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민주당이 제기한 '한·미 간 이면 합의' 의혹이었다. 2014년 당시 협상팀이 SMA의 국회 비준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협정 관련 부속 문서 1건의 내용을 국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행약정'이라는 이름의 이 부속 문서에는 본 협정에 규정된 것 외에 주한미군 주둔에 군사적 목적으로 필요한 비용이 발생하면 '예외적 현금 지원'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민주당은 한·미 양국이 2014년 1월 이 문서 내용 중 일부를 이미 합의한 상태였는데, 일부러 국회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봤다.

이 내용은 작년 11월 민주당이 작성한 '적폐 청산' 문건에도 포함됐다. 책임자로는 김장수 당시 안보실장, 윤병세 당시 외교장관, 김관진 당시 국방장관과 황준국 당시 협상대표 등이 언급됐다.

외교부는 재검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3개월간 협상 과정을 검증하면서 황 대사도 조사했다. 그 결과를 지난달 21일 발표하며 "최종 합의 뒤 국회에 보고됐다" "따로 감춰진 내용은 없다"고 했다. 실제 2014년 1월 당시 민주당이 문제 삼은 '이행약정'의 전체 문안은 합의되지 않은 상태였다.

황 대사는 진행 중인 협상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 관례에 따라 당시 그 내용을 국회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행약정'의 전체 내용은 2014년 4월 본 협정의 국회 비준이 끝난 뒤 그해 6월 한·미 간 합의로 완성돼 문서 내용이 국회에 보고됐다. 외교부는 그럼에도 지난달 "제3자적 시각에서 보면 이면 합의 의혹을 초래할 소지가 있다"는 어정쩡한 결론을 내렸다. 이어 이날 '유사 사례 재발 방지'라는 명목으로 황 대사를 불러들이겠다고 발표했다. 한·미 양국이 7일 미국 호놀룰루에서 개시하는 제10차 SMA 협상을 하루 앞두고 직전 협상 대표를 징계하기로 밝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