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잠룡으로 불리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의혹에 충남 공직자와 주민들은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 한 충남도청 고위 공무원은 "상상도 못 했던 일이 터졌다"면서 "내부 분위기를 추스르고 있지만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안 전 지사는 6일 '충남도지사 직을 개인 신상을 이유로 사임코자 한다'는 사임통지서를 충남도의회에 제출했다.
지방자치법에 따라 지사의 사임통지서는 지방의회로 전달돼 곧바로 사직 처리됐다. 윤원철 정무부지사도 이날 사퇴서를 제출했다. 비서실 소속 지방 별정직 공무원 4명도 함께 면직 처리됐다.
지사 권한대행을 맡게 된 남궁영 충남 행정부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일로 실망하고 도정을 걱정할 도민들에게 매우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남궁 부지사는 충남도청 내부망에 '전 직원에게 드리는 글'을 올리고 '책임감을 갖고 업무에 임해달라'고 독려했으나 도청 분위기는 여전히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특히 공직자들과 주민들은 민주주의와 인권, 소통을 중시했던 안 전 지사의 행보에 배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 공무원은 "성폭행 폭로가 있던 날에도 안 지사는 직원과의 만남 자리에서 '모두 미투 운동을 통해 인권 실현에 동참해 달라'고 했다"며 "뉴스를 보고 나서도 모두가 알던 안희정이 맞는지 의심스러웠다"고 말했다.
다른 공무원은 "안희정 전 지사가 '올바른 정치인'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었다"면서 "이 시대에 필요한 정치인으로 믿고 있었는데 한순간에 그 믿음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사법 당국은 주저하지 말고 안희정 전 지사를 구속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충청 출신 대통령 탄생을 기대하는 '충청 대망론'에 대한 아쉬움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충청 지역민들은 김종필 전 총리,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에 이어 대선에 나설 인물로 안 전 지사를 꼽아왔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안 전 지사는 중도 보수의 표심까지 끌어올 차기 대선 후보로 기대를 모았다"면서 "지사 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대선을 노릴 것이라는 관측이었는데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