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사회융자⋅고정자산투자 증가율도 제시 안해...투자주도 성장시대 종식 시그널
2016년부터 교역 증가율 목표치 빼…'안정속 양호한 방향' 대외경제 불확실성 반영
목표치 제시 경제 지표 매년 늘어…2015년 59건⇢ 2017년 65건...환경규제 등에 맞춰

중국 정부가 올해 처음으로 총통화(M2)와 사회융자 증가율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사회융자는 실물경제로 흘러간 금융자금을 통칭한다. 올해 고정자산투자 증가율 전망치도 내놓지 않았다. 중국 경제의 투자 주도 성장시대 종식을 알리는 또 다른 시그널로 해석된다.

중국은 매년 3월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에서 그해의 주요 경제 지표 목표치를 제시한다. 구속성이 있는 목표치가 있고 단순 전망치가 섞여 있지만 경제주체에 가이드가 된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수치 변화가 중국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느라 바쁘다. 중국은 지난해 경제규모가 세계 2위로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지만 세계 경제성장 기여도는 30%를 웃돌았다.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한 13기 전인대에서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낭독한 올해 정부업무보고에 따르면 예년과 달리 M2와 사회융자 증가율 목표치가 제시되지 않았다.

지난해의 경우 M2와 사회융자 증가율은 각각 12% 안팎이라는 목표치가 제시됐고, 실제론 각각 8.2%와 12%를 기록했다. 리 총리는 그러나 올해 M2와 사회융자 규모의 합리적인 증가를 유지하고 유동성의 합리적인 안정을 지켜야한다고만 언급했다.

다만 이날 함께 배포된 ‘2018년 국민경제 및 사회발전 계획 초안 보고’에서 M2와 사회융자 증가율을 지난해 실제 수준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언급했다. 각각 8.2%와 12%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유추되지만 구체적인 수치를 직접 제시한 건 아니다. 작년과 같은 수준의 통화운용을 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M2와 사회융자 증가율 목표치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것은 통화정책의 유연성 확대와도 무관치 않다. 리 총리는 온건한 통화정책의 중립성을 유지한다고 밝히면서 적정 완화와 적정 긴축 시행을 강조했다. 경기변화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이날 공개되지 않은 지표중에는 고정자산투자 증가율도 있다. 지난해의 경우 9.0% 안팎의 목표치가 제시됐고, 실제로는 이보다 2% 포인트 정도 낮은 7%에 머물렀다. 투자 증가율 목표치가 빠진 것은 지난해 경기회복에 기여한 인프라 투자 위주의 성장 회복에 크게 나서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실제 리 총리가 올해 철도에 7320억위안(약 124조 4400억원), 도로 수상운수에 1조 8000억위안(약 306조원) 정도 투자한다고 밝힌 것은 지난해 실제 달성한 기록에 크게 못미친다. 중국은 지난해 철도에 8010억 위안(약 136조 1700억원)을 투자했고, 도로 수상운수에는 2조 2707억 위안(약 386조 190억원)을 쏟아부었다. 철도 투자의 경우 지난해 목표치(8000억위안)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5일 개막한 전인대에서 정부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예년과 달리 올해엔 구체적인 M2 증가율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별도로 배포된 자료에서 작년 실세 수준을 유지한다고 언급했다.

중국은 앞서 2016년부터는 대외교역 증가율 목표치도 내놓지 않고 있다. 리 총리는”수출입을 안정된 가운데 양호한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7년과 같은 수준의 언급이다. 2016년에는 교역 증가율 목표를 “세계 교역 증가율보다 높은 수준”으로 제시했다.

대외교역 지표 목표치를 내놓지 않는 것은 대외경제 환경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15년의 경우 6% 안팎의 성장을 목표로 제시했지만 실제로는 8% 감소해 기대에 크게 못미쳤다. 2016년에도 마이너스 0.9%에 머물러 그해 세계 교역 증가율(국제통화기금 기준) 4% 안팎을 크게 밑돌았다. 지난해엔 교역 증가율이 14%로 크게 개선됐지만 목표치를 3년 연속 제시하지 않았다.

일각에선 중국 경제가 시장화 개혁을 하면서 목표치를 줄이는 것으로 해석한다. 경제주체에 자율로 맡긴다는 얘기다. 하지만 실제 중국 정부가 목표치를 제시하는 경제 지표 항목은 2015년 59건, 2016년 62건, 2017년 65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2016년에 서비스 수출입 증가율 목표치가 추가된 것처럼 중국 당국이 육성하는 부문은 구체적인 수치 목표를 제시한다.

자원 및 에너지 절감과 환경 부문 지표가 2015년 15건에서 2016년 20건으로 늘어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지난해의 경우 에너지소비 총량 목표치가 처음으로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