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포토라인 서는 다섯번째 대통령
수사팀, 이번주 검찰총장에 수사보고
"영장 청구해야" 대세 속 신중론도
"인정하면 불구속 수사해야" 의견도

이명박(MB)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소환조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 전 대통령은 노태우·전두환·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다섯 번째로 검찰청 포토라인에 서는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수사 책임자인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이번 주 중 관련 내용을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윤 지검장은 이 자리에서 수사의 사실상 마지막 단계인 이 전 대통령의 소환 시점,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과 관련한 방안을 보고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

◇"종착점 향해가는 수사… 총장이 결단해야"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5일에는 재임 당시 핵심 측근으로 꼽히던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자택·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고 곧장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불법 자금을 받는 과정에서 이들이 창구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차명재산 의혹으로 시작된 수사가 재임 중 비리로 번지는 형국이다.

천 회장과 최 전 위원장에 대한 압수수색 사실이 알려지며 법조계에서는 이 전 대통령의 소환 시점이 늦춰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압수물을 분석하고 천 회장과 최 전 위원장에 대한 소환조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이 이날 곧장 천 회장과 최 전 위원장을 소환하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부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지검장이 총장에게 보고하기 전에 사전 작업을 마무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MB와 관련된 부분만 남기고 모두 정리한 뒤 총장의 결정을 기다리려는 것”이라고 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원칙대로 하겠다고 공언하더라도 정무적 판단이 들어가지 않을 수가 없는 게 전직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라며 “윤 지검장의 보고를 받은 이후 문 총장이 충분히 고민하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전직 검찰 고위 관계자는 “총장이 결론을 낸 뒤에는 여론에 휩쓸리지 않도록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고 했다.

◇수사팀에서는 "구속 의견" 우세
수사팀 내부에서는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의 혐의가 가볍지 않고, 공범이나 종범이 대부분 구속됐기 때문에 형평성 차원에서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의 핵심 혐의는 뇌물이다. 삼성의 다스의 미국 소송비용 60억원 대납,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인사청탁 명목 22억여원, 김소남 전 한나라당 의원의 공천헌금 수억원, 대보그룹의 공사 수주 명목 뇌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등 뇌물 혐의 금액만 100억원에 달한다. 수백억대 비자금 조성과 횡령 등 다스 실소유주 의혹 및 경영비리, 영포빌딩 지하 창고 청와대 문건 보관, 기타 차명재산 의혹 등도 있다.

국정원 특활비 상납 의혹과 관련해서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이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김 전 기획관을 재판에 넘기면서 이 전 대통령을 주범으로 명시하기도 했다. 다스 경영비리 의혹에 연루된 이영배 금강 대표와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이 구속됐다. 한 검사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검찰 문 닫으라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올 것"이라고 했다.

반면 신중론도 일부 제기된다. 도주 우려가 적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미 구속된 박 전 대통령을 포함해 전직 대통령 2명을 동시에 구속할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핵심은 검찰이 증거관계를 얼마나 탄탄하게 닦아놓았는지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도 태도를 바꾸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검찰이 수집한 증거관계로 범죄 혐의가 소명된다면 구속영장이 발부될 수 있다. 혐의 사실을 일관되게 부인해온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사유도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였다.

이 전 대통령이 입장을 바꾼다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MB가 검찰에서 어떤 태도로 조사를 받는지가 중요하다"며 "MB가 중요 혐의를 인정한다면 검찰이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구속영장을 청구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