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과 함께 김대중 전 대통령을 뒷조사하는데 관여한 혐의로 이현동(62·사진) 전 국세청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2일 국정원 자금을 불법 사용하거나, 뇌물로 챙긴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국고손실)로 이 전 청장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청장은 2010~2012년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으로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추적해달라”는 요구와 함께 현금, 달러 등 국정원 대북공작금 6억원 가까이를 받아 썼다. 검찰은 2011년 9월 이 전 청장이 국정원에 활동지원비를 요구해 따로 챙긴 1억2000만원은 뇌물로 판단했다.

원 전 원장 시절 국정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그의 약칭인 ‘DJ’의 ‘D'를 딴 일명 ’데이비슨‘,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그의 해외 비리를 증언해 줄 관계자를 국내로 데려오겠다는 맥락에서 일명 ’연어‘라는 이름의 공작사업을 진행했다. 국정원은 2년여에 걸쳐 관련 정보를 수집·분석했으나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사업을 자체 종결했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 예산은 전부 지출 내역을 증빙할 필요가 없는 특수활동비지만, 대북공작금은 그 중에서도 특히 제한적으로 사용·관리되는 돈”이라면서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실체가 없는 풍문 수준의 의혹을 확인하겠다며 무리한 공작사업을 벌여 국고를 낭비했다”고 했다.

검찰은 이들 공작사업에 관여한 혐의로 국정원의 최종흡 전 3차장, 김승연 전 대북공작국장을 지난달 19일 구속기소했다. 최 전 국장 등은 “전직 대통령을 음해할 정치적 의도를 갖고 진행된 사업”이라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을 이들 공작사업의 지시자로 보고 향후 나머지 국정원 자금 불법사용 혐의와 함께 추가기소할 방침이다. 원 전 원장은 ‘공작사업의 경우 청와대에 따로 보고한 바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원 전 원장은 2010년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통해 이 전 대통령에게 국정원장 특별사업비 2억원을 뇌물로 건넨 혐의 등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