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 시각) 미국 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 철강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함께 간담회를 열고 “관세는 미국의 일자리를 보호할 것이며 (미국의) 철강, 알루미늄 산업을 재건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백악관은 아직 관세 부과와 관련한 세부 내용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 내주 이를 골자로 한 행정명령에 공식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행정부 각료들과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최종적인 관세 정책을 이날 발표할지 연기할지를 놓고 밤새 토론했다. 그러나 일부 공화당 의원 등의 반대로 최종 발표를 미루고 간담회만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유럽, 캐나다 등 주요 대미 수출국은 물론, 미국 내부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 국제 사회 즉각 반발…중국·캐나다·EU 보복 조치 경고 잇따라
국제 사회는 즉각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조치를 비난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는 미국의 최대 무역 경쟁국인 중국을 겨냥한 것이지만, 사실상 모든 대미 수출국에 관세가 부과될 것으로 보여 거센 반발이 나오고 있다. 일부 국가는 이미 보복 조치를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산 대두 수입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했고, 유럽연합(EU)도 관련 (보복) 조치를 예고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관세 부과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무시하고, 중국 기업의 이익을 침해하는 조치”라며 “중국은 이에 큰 불만과 단호하고 엄중한 반대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리스티나 프리랜드 캐나다 외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이 관셰 부과로) 캐나다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을 제한한다면 캐나다는 무역 이익과 노동자 보호를 위해 대응책을 취할 것”이라며 “미국의 무역 제한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전했다.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도 성명서에서 “우리는 (미국의 조치에) 매우 유감”이라며 “미국은 자국 산업 보호와 국가 안보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세계 무역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유럽의 관련 업계가 불공정한 조치로 타격을 입고 위험에 처한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EU는 우리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단호하고 공정한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황을 재조정하기 위해 몇일 내로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응할 수 있는 조치를 WTO에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 미국 내 반대 목소리 “무역 보복 우려…오히려 일자리 잃을 수 있어”
미국 내에서는 관세 부과로 인한 무역 상대국의 보복 조치를 우려하고 있다. 자동차, 원유 등 수입 가격이 상승할 수 있고, 특히 미국 농산물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팻 로버츠 미 상원 의원은 “관세 부과를 할 때마다 보복을 당할 것이다. 농업은 (보복의) 최우선 타깃이 될 것”이라며 “이는 미국 농업 경제에 큰 역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에너지 업계는 트럼프의 관세 부과가 미국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가 관련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일자리를 줄이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잭 제라드 미국석유협회(API) 회장은 “관세 부과는 분명히 철강이나 알루미늄에 의존해 제품을 생산하는 미국 대부분 기업들의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질책했다. 그는 이어 “석유·가스 산업에 필요한 파이프 라인, 시추 장비, 가스 터미널 등에 사용되는 철강 대부분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며 “관세 부과는 국가 안보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BP, 쉐브론, 쉘, 엑손모빌 등 글로벌 오일메이저의 송유관 계열사들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미국송유관협회(AOPL)에 따르면 트랜스캐나다, 키스톤XL 등 주요 송유관 확장 프로젝트에 최소 3억달러(약 3250억) 이상의 비용이 든다. 그러나 파이프 라인 비용이 25% 증가하면 프로젝트 비용도 7600만달러(약 822억원) 증가할 수 있다. 앤디 블랙 APOL 회장은 “우리는 미 정부에 수입 철강 관세 부과가 송유관 건설에 영향을 미치고, 일자리를 잃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말했다.
철도 산업도 비상이 걸렸다. 한 철도차량 제작사 관계자는 “북미 지역에서 생산된 대부분의 철도차량은 미국이나 캐나다 철강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며 “관세 부과는 무역 전쟁을 촉발해 내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철도차량 생산 비용의 60%는 철강 가격에서 비롯된다. 관계자는 “매우 우려된다. 이것(관세 부과)은 분명히 (철도차량 생산) 가격에 역효과를 일으킬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