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북한, 일본 등 한반도 주변국가를 향한 메시지를 던져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한·일 위안부 문제에 대한 언급을 자제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주로 비핵화를 요구하는 등 대북 강경 발언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일 취임 이후 첫 3·1절 기념사에서 대북 메시지를 최대한 자제하는 한편, 일본을 향해 "위안부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강경 메시지를 내놓았다. 대한민국 건국의 뿌리는 3·1운동에 있다며 ‘건국절 논란’에 쐐기를 박으려 한 대목도 눈에 띈다.
◇對北 메시지 대신 對日 강경 메시지 담아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열린 제99주년 3·1절 기념사에서 "우리는 앞으로 광복 100년으로 가는 동안 한반도 평화공동체, 경제공동체를 완성해야 한다"며 "분단이 더 이상 우리의 평화와 번영에 장애가 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과 관련한 메시지는 이게 전부다. 지난 대통령이 북한에 대화와 협력 또는 비핵화를 요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북 메시지를 쏟아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요구하고 북핵 포기를 요구했다. 이 전 대통령도 "핵과 미사일 대신 대화와 협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초 문 대통령이 이번 3·1절 메시지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정국 구상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었다. 하지만 북미 대화라는 난제가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문 대통령은 일본을 겨냥해선 강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 해 “가해자인 일본 정부가 '끝났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며 "전쟁 시기에 있었던 반인륜적 인권범죄 행위는 끝났다는 말로 덮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일본은 즉각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극히 유감"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2015년 한일 합의에서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했다"며 "문 대통령의 발언은 한일합의에 반하는 것으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일본과의 외교적 갈등이 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와함께 '독도' 문제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독도는 일본의 한반도 침탈 과정에서 가장 먼저 강점당한 우리 땅이다. 우리 고유의 영토이다"라면서 "지금 일본이 그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제국주의 침략에 대한 반성을 거부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고 밝혔다.
◇ "1919년 대한민국 건국" 재강조...촛불과도 연계
문 대통령은 이번 기념사를 통해 1919년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을 대한민국의 건국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새로운 국민주권의 역사가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을 향해 다시 써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선포된 1948년 중 어느 해를 대한민국이 수립된 해로 볼 것인지를 두고 학계와 정치권에서 논쟁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건국은 1919년'이라고 천명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3·1운동을 문재인 정부 탄생을 이끈 ‘촛불집회’와도 연계시켰다. 문 대통령은 "3·1 운동으로 시작된 국민주권의 역사를 되살려냈다"며 "1,700만 개의 촛불이 가장 평화롭고 아름다운 방식으로 이 역사를 펼쳐보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저와 우리 정부는 촛불이 다시 밝힌 국민주권의 나라를 확고하게 지킬 것"이라며 "3·1 운동의 정신과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대한민국 역사의 주류로 세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