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고문의 ‘기밀 취급권’이 강등된 가운데 그 뒷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7월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임용된 이후 쿠슈너 고문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가운데 백악관 내 그의 권한을 제한하는 조치가 처음으로 취해졌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켈리 비서실장은 쿠슈너 고문의 기밀 취급권을 강등한 것이 그간 방치된 백악관 내 기밀 취급권 남용 문제를 정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과 그의 남편인 쿠슈너 고문과 갈등을 빚어온 켈리 비서실장이 이들을 견제하기 위한 고강도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 트럼프(오른쪽)와 이방카의 남편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고문.

◇ 켈리-쿠슈너, 백악관 내 서열 문제로 갈등 키워와

27일(현지 시각) 미국 매체 폴리티코 등 외신에 따르면, 쿠슈너 고문의 백악관 내 기밀 취급권이 강등됐다. 그동안 1급 기밀에 접근할 수 있었던 쿠슈너 고문은 앞으로 2급 기밀에만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조치는 표면적으로는 켈리 비서실장이 그간 방치돼온 백악관 내 기밀 취급권 남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앞서 켈리 비서실장은 백악관에 신원검증을 거치지 않고 기밀 취급권을 보장받은 백악관 관료 수를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롭 포터 백악관 전 선임비서관의 가정폭력 스캔들이 불거지면서 신원검증을 거치지 않고 기밀 취급권을 보장받은 백악관 관료들이 일부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언론들은 이번 조치가 켈리 비서실장이 쿠슈너 고문을 견제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폴리티코는 “켈리 비서실장이 개인적으로 쿠슈너 고문을 견제하기 위해 조치를 취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며 조심스럽게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지난해 7월 켈리 비서실장이 취임한 이후 백악관에서 쿠슈너의 입지는 서서히 좁아지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켈리 비서실장은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 다음으로 서열이 높은 자신을 거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대면하려 하는 이방카 부부와 갈등을 빚어왔다. 지난해 11월 뉴욕타임스는 켈리 비서실장이 이방카 부부를 백악관에서 퇴출시키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실제로 백악관 내 쿠슈너의 세력이 점점 줄어들면서 쿠슈너의 위기가 가시화되고 있다. 2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쿠슈너의 대변인으로 고용된 조쉬 라펠이 백악관을 떠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쿠슈너의 부하직원으로 백악관에 합류한 리드 코디시는 이달 초 백악관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존 켈리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이 2018년 2월 26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주지사 간담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 백악관, 쿠슈너의 해외 활동에 대한 우려 지속적으로 제기…자질 부족·이해 충돌 문제

백악관 내에서 쿠슈너의 해외 활동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된 것도 켈리 비서실장이 이번 조치를 취한 배경으로 분석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쿠슈너 고문이 해외 정부 관료 및 사업가와 교류하는 것에 대해 백악관 내부에서 우려가 제기됐다”며 “이는 켈리 비서실장이 큐슈너의 기밀 취급권을 강등 조치한 이유”라고 분석했다.

WP에 따르면, 그간 백악관 내부에서는 해외 관료들이 쿠슈너 고문의 경험 부족, 채무 문제를 약점으로 이용해 그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쿠슈너 고문이 국가안보회의(NSC)를 거치지 않고 개인적으로 해외 관료들과 접촉하고 있으며, 그들이 쿠슈너 고문의 약점을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차례 문제 삼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쿠슈너 고문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캠프 시절부터 안고 있었던 채무 상황도 문제가 됐다.
그는 가족 소유 부동산 회사를 통해 건물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12억달러 채무를 떠안게 됐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중국 기업과 카타르 정부의 투자를 유치해 건물을 재개발하는 계획을 추진했으나 백악관 고문으로 임용된 후 이해충돌 문제가 제기됐다.

또 러시아 은행과 금전 문제를 논의한 의혹도 제기됐다. 2016년 12월 쿠슈너는 러시아 은행과 만나 사업 구상안을 논의한 것으로 러시아 은행원을 통해 전해졌으나, 이후 의회 청문회에서 그의 가족 회사에 대한 논의를 한 바가 없다고 밝혀 논란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