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사진〉 외교부 장관이 26일(현지 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37차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기 연설에서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이전의 노력 과정에 피해자 중심 접근이 결여됐음을 겸허히 인정한다"고 밝혔다. 국제무대에서 박근혜 정부 때 맺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우리 정부가 공개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강 장관의 언급은 현 정부가 국제사회에 사실상 위안부 합의를 이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강 장관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80~ 90세 할머니인 위안부 피해자·생존자들은 지금도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진실과 정의의 원칙, 피해자 중심 접근을 취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피해자들의 상처 치유와 명예 회복을 지원할 것이며, 동시에 과거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현재와 미래 세대가 역사의 교훈을 배우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강 장관은 그러나 북한 인권에 대해선 연설 말미에 "평창의 정신이 한반도 평화 정착과 북한 인권 문제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북한은 인권 보호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하고, 인권기구 결의와 권고에 담긴 의무들을 준수해야 한다"는 수준으로 언급했다. 북한 인권 참상에 관한 구체적 언급 없이 발언 수위와 분량을 작년에 비해 크게 줄였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 대화 국면에서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수위 조절'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같은 자리에서 윤병세 당시 외교장관은 "북한에서 끔찍한 인권 침해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며 "사실상 나라 전체가 철저한 감시하에 있는 거대한 수용소"라고 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북한 인권 문제에 관한 공식 입장을 국제사회에 표하는 자리인데, 최근 국제사회의 움직임과는 간극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