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까지 이 순간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한국에 정말 감사합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스키 종목에서 우승한 스노보더 에스터 레데츠카(23·체코·사진)가 자신의 주종목인 스노보드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스키·스노보드 동시 우승의 역사를 썼다. 동계올림픽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레데츠카는 24일 스노보드 여자 평행대회전 결승전에서 독일의 젤리나 외르크를 0.46초 차이로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일주일 전(17일) 알파인스키 여자 수퍼대회전에서 1분21초11로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2014년 소치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오스트리아 안나 파이트를 0.01초 차이로 따돌린 것은 물론, 미국의 '스키 여제' 린지 본(6위)도 제쳤다.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최강자인 레데츠카는 알파인스키 월드컵에서는 한 번도 메달을 딴 적이 없었다. 작년 12월 활강에서 7위에 오른 게 최고 성적이었다. 게다가 스키는 미국의 미케일라 시프린이 쓰지 않는 것을 가져다 탔다고 한다. 레데츠카는 우승 인터뷰 때 고글을 벗지 않았는데 자기도 우승할지 몰라서 화장을 안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스키와 스노보드는 둘 다 눈 위를 달리는 스포츠지만 운동 방식은 차이가 크다. 한 쌍의 스키를 조종해 슬로프를 내려가는 스키와 달리 스노보드는 보드와 고정된 온몸을 움직여 방향을 튼다. 스키는 앞을 보고 타지만 스노보드는 옆으로 탄다. 사격 선수가 양궁에서 우승한 것과 비슷하다는 말까지 나온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레데츠카를 "평창에서 가장 위대한 올림피언"이라고 평했다. 레데츠카는 두 살 때 스키를 처음 탔고 다섯 살 때 스노보드에 입문하며 꿈을 키웠다. 사람들은 "두 종목에서 최고가 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렸지만 레데츠카는 굽히지 않았고 결국 꿈을 이뤘다.

레데츠카는 "앞으로도 두 종목 모두 뛸 생각"이라며 "둘 다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직 20대인 그는 또래 청년들을 향해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세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