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도 패자도 없었다. 승부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낸 선수들은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롭게 빙판을 수놓았다. 별들의 전쟁이 끝나고 난 뒤 벌어진 별들의 축제였다.
25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선 평창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갈라쇼가 펼쳐졌다. 각 종목별(남녀 싱글·페어·아이스댄스) 4위 이내 선수와 ISU(국제빙상연맹) 초청을 받은 이들이 2시간30분 동안 1만2000 관객과 함께 호흡했다.
가장 먼저 나서 분위기를 띄운 건 한국 아이스댄스의 민유라―알렉산더 겜린조였다. 지난 20일 프리 댄스에서 아리랑 선율에 맞춰 서정적 몸짓을 보여준 두 사람은 이날 아이돌 가수로 변신했다. 2NE1·빅뱅의 '롤리팝'을 배경으로 평소 닦아둔 춤 실력을 선보이던 민유라와 겜린은 연기 막판 막대사탕을 꺼내 관중석으로 던졌다. 차준환(17)은 갈란티스의 '피넛 버터 젤리'에 맞춰 깜찍한 연기를 했고, 최다빈(18)은 '정선아리랑 랩소디'에 맞춰 애잔한 감정을 몸으로 표현했다. 북한 페어 렴대옥―김주식조는 국내에도 잘 알려진 북한 가요 '반갑습니다'를 틀고 서커스 같은 고난도 리프트(들어 올리기) 동작을 소화해 관중의 탄성을 자아냈다.
하뉴 유즈루(일본·남자 싱글)와 알리나 자기토바(OAR·여자 싱글), 테사 버추―스콧 모이어조(캐나다·아이스댄스) 등 평창 은반에서 정상을 차지한 '피겨 스타'들도 평소엔 못 보여줬던 자유로운 무대를 펼쳤다. 15일의 피겨 대전을 갈라쇼로 마무리한 선수들은 공연 마지막 얼음판 한가운데에 모여 서로 끌어안았다. 모든 연기를 마치고 선수를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테사 버추는 한국어로 이렇게 말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