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은 23일 청와대에서 만찬을 갖고 평창올림픽과 함께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문 대통령과 이방카는 이날 만찬 직전 청와대에서 40분 동안 비공개 회동을 해 눈길을 끌었다. 이방카는 만찬사에서 한·미의 북한에 대한 최대한의 압박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이방카는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환대에 감사하고 한국에 와서 흥분된다"며 "(한국에 머무는) 며칠이 기대된다. 감사하다"고 했다. 체크무늬 코트와 긴 원피스를 입은 이방카는 방한 목적을 '한·미 동맹 재확인'과 '미 대표단 격려'라고 했다.

상춘재 만찬 -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백악관 선임고문 등과 만찬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 오른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정숙 여사, 제임스 리시 미 상원의원, 임종석 비서실장, 마크 내퍼 주한 미국 대사 대리, 장하성 정책실장,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강경화 외교장관, 이방카 선임고문이 자리했다.

이방카는 이날 인천공항에 도착해 휴식을 취한 뒤 청와대로 이동해 문재인 대통령과 만났다. 문 대통령은 이방카와 오후 7시 30분부터 8시 10분까지 40분간 청와대 본관 백악실에서 참모 배석 없이 비공개 접견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측의 요청으로 비공개로 진행된 것"이라고 했다. 이 자리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가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오후 8시 15분부터 상춘재에서 만찬이 열렸다. 먼저 문 대통령이 오후 8시 13분에 청와대 내 녹지원 입구에 도착한 후 이방카가 1분 후 도착했다. 이방카는 검은색 스커트로 옷을 갈아입고 방문했고, 김정숙 여사도 검은색 코트를 입었다. 문 대통령 마중 이후 도보로 상춘재 입구까지 함께 150m를 걸었다. 문 대통령은 "어제오늘 눈이 많이 왔다. 한국에는 귀한 손님이 올 때 상서로운 눈이 내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만찬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미국의 관심과 협력이 평창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이끈 중요한 요인"이라며 "한편으로 북한의 올림픽 참가로 남북 간 활발한 대화가 진행되고 있고, 이것이 한반도 긴장을 완화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대화를 강력히 지지해준 것에 대해 깊이 감사한다"고 했다. 이에 이방카 고문은 이 자리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최대한의 압박' 전략을 한·미가 재확인한 것에 대해 문 대통령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방카는 "내 아이들에게 K-팝 (영상을) 보여줬더니 매일 댄스파티를 벌이고 있다.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다음번에 문 대통령 내외 앞에서 한국 노래를 부르게 하겠다"고도 했다. 만찬은 1시간 35분간 진행됐다.

트럼프 "우리가 이길 것" 사진 선물 - 청와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주한 미 대사관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사진을 23일 공개했다. 작년 11월 트럼프 대통령 방한 때 미국 측에서 촬영한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자필 서명과 함께‘We will win!’(우리가 이길 것)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만찬에는 김 여사를 비롯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주요 참모들이 배석했다. 미국 측에서는 상원 외교위 소속인 제임스 리시(공화·아이다호) 의원,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 마크 내퍼 주한 미국 대사대리, 앨리슨 후커 미국 NSC 한국 담당 보좌관이 참석했다.

만찬에는 전통 유대 식사법인 '코셔(Kosher)'에 맞춰 준비한 한식이 테이블에 올랐다. 이방카 보좌관은 유대인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수석고문과 결혼 후 기독교에서 유대교로 개종했고, 코셔 식단을 지키고 있다. 전채요리로는 '연근 배 샐러드'가 나왔고 메인 요리로 갈비·두부 구이, 비빔밥 등이 나왔다. 청와대는 "비빔밥은 서로 다른 재료를 골고루 섞어 먹는 음식으로 화합을 상징한다"고 했다. 만찬주는 한국 와인의 대표적 산지인 충북 영동산 백포도주 '여포의 꿈'과 미국의 대표적인 와인 산지 나파밸리 와인이 함께 나왔다.

우리 시각으로 청와대 만찬이 끝날 때쯤인 23일(현지 시각) 오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내 딸 이방카가 방금 한국에 도착했다. 우리나라(미국)를 대표하기에 (이방카보다) 더 낫거나 더 똑똑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방카는 24일엔 아침 일찍 평창 경기장으로 이동해 올림픽 경기 관람과 미 대표단들과의 격려 식사를 하는 등 25일까지 이틀간 평창올림픽 관련 일정에 주력한다. 이방카와 김정숙 여사가 함께 올림픽 경기를 관람하는 일정도 논의되고 있다.

☞코셔(Kosher)

'적당한' '합당한'이란 의미로, 식재료 선정부터 조리 과정에 이르기까지 엄격한 유대교 율법에 따른 음식을 말한다. 채소와 과일, 지느러미와 비늘이 있는 어류는 '코셔'에 해당한다. 미꾸라지, 문어나 오징어, 새우, 굴은 피해야 한다. 발굽이 갈라지지 않거나 되새김질을 않는 말과 돼지도 못 먹는다. 그렇지 않은 소·양도 율법에 따라 도살해야 먹을 수 있다. 그런 과정을 거친 육류도 유제품을 같이 먹어선 안 된다. 종교적 의미가 강하지만 북미·유럽 등지에선 '안심하고 먹고 쓰라'는 의미로도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