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2000 관중석을 가득 메운 관중도, TV 중계를 시청하던 국민에게도 믿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두 '천재' 스케이터가 엉켜 넘어지는 장면에서 '악' 하는 비명이 쏟아졌다.
한국의 '골든데이'가 예상됐던 22일 경기 중 쇼트트랙 여자 1000m는 가장 강력한 금메달 후보 종목으로 꼽혔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쌍두마차' 최민정(20)과 심석희(21)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두 선수는 이날 나란히 결승에 진출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레이스 초반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다. 심석희는 결승 출전자 5명 중 출발과 함께 가장 먼저 치고 나갔고, 최민정도 가뿐한 몸놀림으로 추격했다. 이후 두 선수는 3~5위를 번갈아 오가며 역전의 기회를 엿봤다.
하지만 경기 막판 뜻하지 않은 '몸싸움'이 벌어졌다. 마지막 1바퀴를 남겨놓고 4위로 달리던 심석희가 3위 아리안나 폰타나(이탈리아)를 제치기 위해 속도를 높였다. 이와 동시에 최민정은 앞으로 치고 나가기 위해 바깥쪽으로 크게 코너를 돌았다. 속도가 붙은 두 선수의 스케이트가 충돌했고, 그대로 빙판에 넘어졌다. 심석희와 최민정이 엉덩방아를 찧으며 펜스에 강하게 부딪히자 관중석에선 안타까움과 걱정의 탄성이 퍼졌다. 이걸로 승부는 끝나버렸다.
금메달은 네덜란드의 수잔 슐팅에게 돌아갔다. 킴 부탱(캐나다), 폰타나(이탈리아)가 나란히 은·동메달을 차지했다. 비디오 판독 결과 최민정이 4위를 차지했고, 심석희는 페널티를 받아 실격 처리됐다. 경기 후 심석희는 가벼운 부상을 당한 최민정에게 다가가 위로했다.
심석희는 "마지막 스퍼트 구간이 겹치면서 충돌이 있었는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최선을 다했고 행복한 레이스를 펼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