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 분양가를 부풀려 부당이득을 챙기고 회삿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4300억원 상당의 횡령·배임을 저지른 혐의를 받는 이중근(77) 부영그룹 회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구상엽)는 이 회장 등 2명을 구속기소하고 전·현직 임직원 9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2일 밝혔다. 검찰은 부영주택과 동광주택 등 부영 계열사 2곳도 함께 재판에 넘겼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은 부영주택 등 부영그룹 계열사들이 2013년부터 2015년 사이 임대 아파트를 분양 전환하면서 분양가를 부풀리는 등 불법 분양해 부당이득을 챙기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부영은 분양 전환 과정에서 실제 들어간 공사비보다 높은 국토교통부 고시 표준건축비를 바탕으로 분양가를 책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회장은 지난 2004년 계열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횡령한 돈으로 사들인 차명주식을 회사에 양도했다고 재판부를 속인 뒤 당시 시가 1450억원가량의 주식을 본인 명의로 전환해 개인 세금을 납부한 혐의도 받는다. 또 당시 횡령에 가담했던 매제 A씨에게 부과된 벌금과 세금을 대납해주기 위해 매제의 근무 기간과 급여를 부풀려 188억원 상당의 퇴직금을 이중으로 지급한 혐의도 있다.

이 회장은 부영그룹에서 관리·운영하던 가설재를 가족 명의 업체가 임대한 것처럼 꾸며 계열사 자금 155억원을 횡령해 개인 세금을 납부한 혐의도 받는다. 또 미국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회사 자금 390만달러(약 43억원)을 빼돌려 자녀들이 거주할 주택을 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외에 부영그룹 소유의 골프장이나 연예기획사 등 부실계열사의 채권을 회수하고 채무를 면제해줄 목적으로 우량계열사의 자금 2300억원을 부당지원한 혐의도 있다. 이 혐의와 관련해 이 회장의 3남 이모씨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이 회장의 조카 유모씨는 부영그룹 임직원과 짜고 일감을 몰아받은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부영그룹 경리직원이었던 박모씨는 비자금 조성사실을 폭로하겠다며 이 회장을 협박해 5억원을 받아낸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서민들로부터 불법적인 이익을 취득한 부분과 관련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등 임대주택사업자들이 비슷한 범행을 다시 저지르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