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시절 제자를 성추행해 2년6개월의 실형을 살고 나온 전 서울대 교수가 억대의 위자료까지 물게 됐다.

강석진(57) 전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는 저명한 수학자였다. 강씨는 서울대 수학과를 나와 미국 예일대에서 박사 학위를 땄다. 1989년엔 예일대에서 올해의 강사상을 받았다. 그가 2002년에 발간한 저서 '양자군과 결정 기초 입문'은 하버드대 등 세계 명문대에서 강의 교재로 쓰인다. 국내에서도 젊은 과학자상(1998년), 한국과학상(2006년), 최고과학기술인상(2009년) 등을 휩쓸었다.

강씨의 명성은 2014년 말 산산조각 났다. 강씨가 그해 7월 세계수학자대회를 준비하던 여대생을 서울의 한 유원지로 불러내 신체 일부를 만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난 것이다. 이후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강 교수님이 보고 싶다는 문자 메시지를 계속 보냈다' '몸을 만졌다'는 글들이 잇달아 올라왔다. 제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강 교수님이 갑(甲)의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그간 피해 사실을 밝히지 못했다"고 했다.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강씨는 그해 12월 상습 추행 혐의로 구속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수학자가 서울대 교수 중 제자들을 성추행해 구속된 첫 사례가 된 것이다. 서울대는 이듬해 4월 강씨를 파면했다.

강씨는 2년 반 징역을 살고 작년 6월 만기 출소했다. 그러나 끝이 아니었다. 다른 소송이 기다리고 있었다. 제자들이 앞선 2015년 11월 "성추행으로 입은 정신적 피해를 배상하라"며 그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 소송을 낸 것이다. 강씨는 당시 복역 중이던 구치소에서 소송을 당했다는 소장(訴狀)을 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피해 여학생 중 일부가 수년간 정신과 치료를 받거나 수학과 대학원에 입학해 수학자가 되려는 꿈을 포기한 사실이 공개됐다. 불안 증세로 고통받다 다니던 직장에서 권고사직을 당한 피해자도 있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8단독 유영일 판사는 "강씨는 학생 5명에게 2000만~6700만원씩 총 1억52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