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탁현민 출판물, 직접적 성폭력 사례와는 구분돼야"
野 의원들 "대한민국 전체 여성이 피해자", "여성들 상처 너무 크다"
임종석 "의원들 지적 아프게 듣겠다…판단은 靑에 맡겨달라"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21일 탁현민(사진) 청와대 행정관의 과거 여성비하 발언과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으로 폭로가 벌어지는 성폭력 사례는 구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 의원들이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탁 행정관과 문 대통령을 지지한 문화예술인들의 성폭력 사건들을 연계하는 주장을 반박하면서 나온 입장이다.

임 실장은 이날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 “탁현민 행정관은 ‘미투’ 운동으로 (폭로가) 벌어지고 있는 직접적인 성폭력(사례)과는 구분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탁 행정관이 (여성비하 내용을 담아) 출판을 했던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직접 성적 폭력이 가해진 것과 출판물 표현이 부적절한 것은 정도 차이가 구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부 ‘모 아니면 도’라고 할 수 없다”며 “진심어린 사과 여부 등을 생각해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임 실장 답변에 대해 성일종 의원은 탁 행정관 책 중 문제가 된 부분을 읽으면서 “대한민국 여성이 노리개냐. 전체 여성이 피해자”라고 했고, 같은 당 신보라 의원은 “성폭력의 범주를 너무 좁게 해석하는 것 아니냐”며 “(탁 행정관) 출판물에 대한 여성들의 상처가 큰데, 너무 온건하게 바라보는 것 같다”고 했다.

임 실장은 “(그 문제를) 가볍게 본 것은 아니고, 직접적 피해자가 있는 경우 등 경우경우마다 다르다는 의미”라며 “(청와대에서) 많이 고민했다. 탁 행정관이 (출판 이후) 많은 여성단체 등에 봉사해왔고, 그 단체들의 평가도 들어봤다. 이 문제를 지적받고 나서 (청와대도) 많은 고민을 했다는 말씀드린다”고 했다.

임 실장은 또 “변명하고자 하는 게 아니고, 의원님 말씀은 아프게 듣겠다”면서도, 탁 행정관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저희가 판단할 수 있도록 맡겨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한국당 소속인 김성태 운영위원장이 “아프게만 듣고 판단을 청와대에서만 하면 국회가 뭐하러 질의를 하느냐”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고만 하지 말고, 탁 행정관을 오늘 당장 해임해야 한다”고 했다.

김성태 위원장은 이날 회의 말미 임 실장에게 “많은 위원들이 탁 행정관에 대해 지적하고 어떠한 조치가 있을 것인가에 대해 물어봤는데 제대로 된 답이 없었다. ‘청와대에 맡겨달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임 실장은 “모든 흠결에 대해 경중과 공과를 같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어떻게 그것을 처분할 것인가는 저희들에게 맡겨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본 위원장이 탁 행정관에 대해서는 별도로 국회에 오게 해 확인해보겠다”고 했고, 임 실장은 “지난 국회에서 많은 지적을 받았고, 본인(탁 행정관)이 반성과 함께 맡은 바 업무를 성실히 하고 있는데 원점으로 돌려 다시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이에 앞서 곽상도 한국당 의원도 “(미투 운동으로 폭로된) 이윤택은 문 대통령과 친구였다고 하고, 문 대통령을 지지한 고은 시인도 성폭력으로 문제가 됐다. 청와대에는 엽기적 여성비하 발언을 한 탁 행정관이 있다"며 “탁 행정관이나 이런 분들이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이들이 청와대에 출입한 자료를 제출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