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우(27)는 지난 19일 봅슬레이 2인승 경기가 끝나고 나서 한참 울었다. 원윤종(33)은 동생을 끌어안았다. "많은 분이 오셔서 응원해주셨지만,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1~4차 주행 합계 성적은 6위. 1차 때 벽에 부딪히는 실수를 하며 11위로 처진 것이 뼈아팠다. 둘은 당시 30개팀 중 마지막으로 나섰다. 썰매 종목은 경기를 치를수록 트랙 얼음에 손상이 생긴다. 불리한 여건 속에서 레이스를 하는 바람에 손해를 봤다.

서영우(왼쪽)·원윤종이 지난 19일 2인승 경기를 6위로 마친 뒤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들은 24일부터 열리는 4인승 경기에서 명예회복에 나선다.

한국의 순서는 왜 하필 30번째였을까. 1차 주행 순서를 정할 땐 세계 랭킹 상위 10개팀이 6~15번을 순서대로 고른다. 이어 랭킹 최하위 7개 국가가 추첨을 통해 1~5번, 29~30번 순번을 갖는다. 출전국 중 랭킹이 가장 낮았던 한국(46위)은 첫 추첨에서 밀렸고, 두 번째 추첨에서도 30번 배정을 받았다.

이용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 총감독은 "1차 때 어떻게든 성적을 내려다 무리하면서 0.4초쯤 손해를 봤다. 이후에도 만회하려는 생각에 부담이 커서 제대로 주행을 못했다"고 했다.

2010년 짝을 이룬 원윤종과 서영우는 2015년 11월 독일 알텐베르크 월드컵에서 처음 입상(3위)했고, 이듬해 1월 캐나다 휘슬러 월드컵에선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걸었다. 2015~2016시즌을 마쳤을 땐 세계 랭킹 1위에 올라 있었다. 썰매 트랙 하나 없던 불모지 한국이 일으킨 대반란이었다.

2016~2017시즌엔 랭킹이 5위로 떨어졌다. 시즌 초반 외국인 코치들 사이에 내분이 벌어졌고 선수 부상까지 겹쳤다. 야심 차게 준비한 2017~2018시즌에도 성적은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 세 차례 출전한 월드컵에서 한 번도 시상대에 서지 못했다. 원윤종-서영우는 아예 남은 월드컵 시즌을 포기하고 귀국했다. 올림픽이 열리는 안방 트랙에서 집중 훈련을 하겠다는 작전이었다. 하지만 월드컵을 건너뛰는 바람에 세계 랭킹은 46위까지 떨어졌다. 결국 이것이 올림픽 주행 순번 추첨에 악영향을 미쳤다. 대표팀은 올림픽에서 현대차가 만든 썰매와 라트비아산 썰매 중 무엇을 탈지 고민하다 개막 18일 전에야 라트비아 썰매로 정하는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평창 트랙에서 450여회 주행 훈련을 했지만 기대했던 메달엔 미치지 못했다. 원윤종·서영우는 김동현(31)·전정린(29)과 24~25일 열리는 4인승 봅슬레이에서 명예 회복을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