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강원도 강릉 경포대 한 횟집. 점심을 하러 온 아르헨티나 알파인스키 선수 세바스티아노 가스탈디(27)가 좌식(坐式) 테이블 아래로 양다리를 쭉 뻗고 있었다. 일반인보다 배는 굵은 허벅지 때문에 다리가 접히지 않았다. 식사 내내 몸을 뒤척이더니 "여러 차례 다리 접기를 시도해봤지만 도저히 안 된다. 한국인은 어려운 자세로도 식사를 참 잘한다"며 웃었다.

강원도 평창·강릉 식당을 찾은 외국인들의 큰 난관 중 하나는 좌식 테이블. 오랜 시간 '양반 다리'로 앉아 밥 먹기를 어려워한다. 좌식 문화를 신기해하던 외국인 중 한 번 경험한 후 손사래를 치는 이가 적지 않다. 의자에 앉는 입식(立式)인지 먼저 확인하는 것이 예약의 불문율이 됐다. 이참에 좌식을 입식으로 바꾸겠다는 식당이 늘고 있다.

"한국인은 '요가'하면서 밥 먹어"

지난 18일 밤 강릉 경포대의 한 횟집에선 왼뺨에 '수호랑' 캐릭터를 그린 스위스 관광객 6명이 4인석 테이블에 붙어 앉아 매운탕을 먹고 있었다. 입구와 가까운 입식 테이블은 만석이었다. 좌식 테이블이 마련된 가게 안쪽 방은 텅 비어 있었고, 불도 꺼져 있었다. 가에탕 에거(32)씨는 "좁아도 테이블에 모여 앉겠다고 했다. 좌식을 해보니 허리와 무릎이 아파 10분도 버티지 못했다"고 했다. 옆 테이블 영국인 케빈 가사이드(58)씨는 "한 사람만 다리를 접고 앉아도 테이블 한쪽이 꽉 찬다. 덩치가 큰 서양인들은 애초 '양반 다리'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아! 저려요” 다리 주무르는 외국인 관광객 - 동계올림픽을 보려고 강원도를 찾은 외국인들은 한국의 좌식 문화를 신기해하면서도 불편해한다. 지난 18일 강릉 올림픽파크 근처 고깃집을 찾은 캐나다 자원봉사자들은 번갈아가며 저린 다리를 주물렀다.

"방석에 앉아보고 싶다"며 좌식을 택하는 외국인 손님도 있지만, 이내 불편해한다. 양반 다리를 하다가 곧 무릎을 꿇거나 한쪽 다리를 접어 앉는다. 컬링선수인 사위의 경기를 보러 강원도를 찾은 캐나다인 론 포드(60)씨는 "바닥에 다리를 접고 밥 먹는 한국인을 보면 요가를 하는 듯하다"고 했다. 아르헨티나인 마틴 베지모(53)씨는 "강릉에 도착한 첫날 호기심에 좌식을 했다. 밥 먹으러 갔다가 수행(asceticism)을 하고 돌아온 느낌"이라고 했다.

강릉 경포대 한 횟집의 경우 입식 테이블엔 손님이 많지만 좌식 테이블이 놓인 방은 텅 비어 있다.

좌식 치우고 '포장마차 의자' 놓기도

동계올림픽 개막 전 발 빠르게 좌식 테이블을 입식으로 바꾼 식당도 있지만, 미처 대비하지 못한 식당들은 손해가 크다. 외국인들이 좌식을 꺼리기 때문이다. 경포대 한 횟집 주인(73)은 "강릉 놀러 오는 외국인 손님들 유치하려고 외국어 메뉴판도 만들고, '1인 메뉴'도 만들었는데 예상치 못한 '좌식'에 발목을 잡혔다"며 "가게 좌석의 80%가 좌식인데 이 자리는 거의 빈 공간으로 놀리고 있다"고 했다. 궁여지책으로 좌식 테이블 대신 포장마차용 간이 테이블과 의자를 갖다놓은 식당이 있다. 올림픽 폐막 후에 좌식 테이블을 없애려는 곳도 많다. 외국인뿐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도 갈수록 입식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올림픽 폐막 후 패럴림픽 개막(3월 9일) 사이에 식당 개조를 계획하는 이가 많다. 경포대에서 대게집을 하는 박모(68)씨는 "캐나다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다급하게 불러 가보니 '다리가 안 접어진다'며 깔깔대며 웃고 있었다"며 "올림픽 이후 강릉에 놀러 올 외국인들이 다리가 불편해 식사에 집중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남은 좌식 테이블을 모두 입식으로 바꿀 계획"이라고 했다. 경포대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박모(73)씨는 "올림픽 이후엔 관광객이 많아질 것"이라며 "여름철 경포해변을 찾을 국내외 손님들을 염두에 두고 올림픽 폐막 후 공사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