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연출가 이윤택 전(前)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19일 폭로한 배우 겸 극단 나비꿈 이승비 대표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앙대 연극학과 출신인 이승비는 지난 2003년 영화 '장화, 홍련'으로 데뷔한 이후 영화 '모던 보이', '역모-반란의 시대' 등에 출연했다. 연극 'The Lover(더러버)', '배꼽춤을 추는 허수아비', '리타길들이기', '시련' '떼도적' 등에 출연했고 2005년 제41회 동아연극상 신인연기상을 받았다.

이승비 극단 나비꿈 대표

이승비는 인터넷매체 OSEN 인터뷰에서 "(이윤택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난 15년 차 연극 배우이다. 사실 책임감이 컸다. 내 후배들이 이런 일을 당하지 않기를 하는 마음이 가장 컸다"고 했다.

이어 "아버지가 사흘 전에 돌아가셨는데 아버지의 마지막 수의를 덮어드리고 가루를 뿌리면서 아버지께 '나는 정정당당하게 많은 사람을 도와주면서 치유하는 멋진 배우가 되겠다'는 결심을 들려드렸다. 그렇게 용기를 내게 됐다"라고 했다.

이승비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윤택을 고발하는 글을 올렸다. 이 대표는 "벌써 오래전 일이지만 묵인하고 있다는 게 죄스러워 간단히 사실만 밝히겠다"고 글을 시작했다.

그는 "과거 국립극장에 객원단원으로 뽑혀 작품 '떼도적'에서 메인 여주인공을 맡았다"며 "연출가이자 그 당시 국립극장 극장장이던 그분(이윤택)이 공연 중인데도 불구하고 발성을 위해 낮 연습 도중 저보고 따로 남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는 CCTV도 없고 그는 그곳에서도 왕 같은, 교주 같은 존재였다"며 "대사를 치게 하면서 온몸을 만졌다. 너무 무섭고 떨려서 제 몸은 굳어져 가고 수치스러움에 몸이 벌벌 떨렸다. 결국 제 사타구니로 손을 쑥 집어넣고 만지기 시작하여 전 있는 힘을 다해 그를 밀쳐내고 도망쳐 나왔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윤택의 성추행 사실을 국립극장 측에 제보했지만 흐지부지됐다고 했다. 그는 “정신을 가다듬고 행정실로 찾아가서 모든 얘기를 전했지만 그 일에 관련된 얘기는 듣지도 않고 원래 7대 3이었던 공연 횟수가 5대5로 바뀌었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고 충격에 휩싸여 집에 오는 길에 응급실로 실려 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날 공연을 못 하자 국립극장 공연을 ‘빵꾸’(펑크) 낸 배우로 마녀사냥을 당했다"며 "모든 사람이 날 몰아세웠고 심지어 그 당시 제 남자친구가 그 공연에 코러스였는데 그 친구 역시 연희단거리패였기에 모든 것을 묵인했다"고 말했다.

이승비는 "그 뒤로 전 신경 안정제를 먹고 산다"며 "이 무시무시한 일들이 더이상 저의 후배들에게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글을 남긴다"고 글을 마쳤다.

이승비 대표 페이스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