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지오노(왼쪽), 나무를 심은 사람

단편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은 누구의 것인가.

프랑스 작가 장 지오노(1895~1970)의 대표작 '나무를 심은 사람'을 둘러싼 저작권 논란이 불거졌다. 이 소설을 낸 출판사 나무생각은 최근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 1995년부터 이 소설을 출간해온 또 다른 출판사 두레 측의 항의 때문이다. 나무생각 측은 "에이전시를 통해 영국 출판사와 정식계약을 맺고 출간했지만, 원문 텍스트에 대한 프랑스 저작권사 및 장 지오노 재단과 입장이 상반되는 상황"이라며 "문제를 키우고 싶지 않아 출간 비용을 감수하고 판매를 접었다"고 했다.

논란의 핵심은 "'나무를 심은 사람'은 공유 저작물(public domain)"이라는 소문의 진위 여부다. 프랑스 프로방스 지역의 늙은 양치기가 혼자 묵묵히 나무를 심어 황무지를 숲으로 일구는 이 짧은 글은 1954년 처음 출간됐다. 미국에서 1985년부터 이 책을 내고 있는 출판사 첼시그린퍼블리싱 측은 본지에 서신 답변을 통해 "저자는 미국 잡지 보그(Vogue)에 글이 실린 1954년 이후부터 저작권을 공용으로 기증했다"면서 "1957년 쓴 편지에서도 이를 밝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상에 존재하는 '디그네(Digne)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의 해당 편지 영역본에는 "I freely give away my rights, for all to publish"라는 문장이 있다. 한 마디로 소설의 목적은 금전이 아니라 나무에 대한 사랑을 전파하는 것이므로, 저작권을 무상으로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저작재산권을 물려받은 장 지오노 재단, 재단과 계약한 프랑스 출판사 갈리마르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두레 관계자는 "해당 편지가 진본(眞本)인지도 불분명하고 저자가 저작권 포기에 대해 법적 효력을 지닌 유언으로 남기거나 공증한 바가 없다"며 "갈리마르 측도 이 같은 논란에 매우 곤혹스러워한다"고 말했다. 분란의 불씨는 남아 있다. 국내 출판사 새터 역시 프랑스를 거치지 않고 이 소설을 출간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터 측은 "문제가 된다면 제소하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