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엔 라면에 밥 말아 먹고 싶네요."

17일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000m 결승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서이라(26·화성시청)는 경기 직후 이렇게 말했다. 서이라는 이날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에서 마지막 한바퀴를 남기고 헝가리 선수가 넘어지는 바람에 대표팀 동료인 임효준(22·한국체대)와 엉켜 함께 넘어졌다. 서이라는 포기하지 않고 일어나 앞선 선수들의 뒤를 쫓아 3위로 골인해 값진 동메달을 받아들었다.

17일 강릉 올림픽파크 아이스아레나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000m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서이라가 마스코트 수호랑 인형을 들고 밝게 웃고 있다.

이날 경기를 마치고 공동취재구역에 들어선 서이라는 갈증을 해소한 듯 밝은 표정이었다. 그는 "똑같은 밥을 매일 먹으면 물린다"며 "메달을 딴 오늘 밤만큼은 ‘라밥’(라면과 밥)을 즐기겠다"고 했다.

서이라는 "넘어져서 아쉽지만 기쁘다"며 소감을 밝혔다. 서이라는 "모든 선수가 금메달을 원하지만, 올림픽은 세계인의 축제"라며 "즐기고 최선을 다해서 좋다"고 했다.

그는 자신과 임효준이 넘어진 장면에 대해서는 "결승에서 헝가리 선수가 인코스로 들어오면서 넘어졌다. 헝가리 선수가 넘어지면서 효준이가 걸리고 내가 걸렸다. 경기를 하다 보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결승행을 도운 코치진과 응원해준 이들에 대한 감사도 빼놓지 않았다. 서이라는 "김선태 감독님과 코치진, 트레이너 선생님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동메달이 가능했다"며 "많은 분들의 응원과 기도 덕분에 100% 이상의 힘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이라는 같은 한국 선수들과의 대결한 데 대한 부담감이 컸다고 털어놓았다. 서이라는 이날 준준결승에서 임효준, 황대헌(부흥고)과 한 조에서 준결승 티켓 2장을 놓고 경쟁했다. 서이라는 "나 역시 가장 힘든 경기였다"며 "누가 준결승에 가더라도 축하해 주자고 했고, 경기 후 탈락한 대헌이가 응원해줬다"고 했다. 서이라는 "대헌이에게 아직 경기가 남았고 더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서이라는 앞서 이번 대회에서 메달을 따면 자작 랩을 하겠다는 공약을 했다. 그는 '랩을 보여줄 때가 됐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랩은 영감이 와야 한다"며 "남은 경기가 다 끝나고 열심히 준비해서 선보이겠다"고 했다.

서이라는 "앞으로 남은 계주 경기는 무조건 잘 타고 싶다"며 "500m는 선수로서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이지만 최선을 다해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