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간판 최민정(20)이 17일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1500m에서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13일 500m 결승에서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실격 처리됐던 최민정의 입장에선 설욕을 한 셈이다. 최민정은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한 뒤 강릉아이스아레나를 가득 채운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며 응원해준 데 감사를 표했다. '포커페이스'로 잘 알려진 최민정이지만, 이때만큼은 환하게 웃었다.

17일 오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쇼트트랙 1500m 결승전에서 1위로 골인하며 환호하고 있다.

최민정은 경기 초반 4~5위를 유지하며 페이스를 유지하다가 마지막 세바퀴를 남기고 선두로 치고나갔다. 이후 폭발적인 질주로 2위와 계속 격차를 벌려가면서 여유 있게 금메달을 차지했다.

최민정은 전에 없던 선수로 평가된다. 한국 쇼트트랙의 레전드인 전이경 싱가포르 대표팀 감독은 "최민정은 비교할 선수가 없다"며 "(토리노 대회 때 3관왕을 했던) 진선유와 비교해도 훨씬 낫다"고 말했다. 선수들마다 주종목이 있기 마련이지만, 최민정은 모든 종목에서 강점을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164cm의 작은 키이지만, 최민정은 폭발적인 스피드를 갖고 있다. 경쟁자들이 인코스를 틀어막아도 아웃코스로 빙 돌아가는 '바깥돌기'로 벽을 허무는 게 주특기다. 이를 위해 최민정은 빙판 밖에서도 하루에 2~3시간씩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며 근력을 키웠다. 아웃코스로 달리려면 다른 선수들보다 거리 손해를 보지만, 그만큼 체력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하루에 300바퀴씩 링크를 돌았다.

최민정은 이번 평창 대회가 올림픽 데뷔 무대다. 하지만 한국 빙상계에선 최민정이 다관왕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최민정에겐 아직 목에 걸 금메달이 두 개나 남았다. 1000m와 3000m 계주 종목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현재 최민정은 500, 1000, 1500m 전 종목에서 세계 랭킹 1위에 이름이 올라 있다. 3000m 계주는 한국의 전통적인 금밭이다.

함께 1500m 결승에 진출했던 맏언니 김아랑(23)은 4위에 그쳐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