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주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 참사로 17명이 사망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총기 규제에 대한 언급없이 “총격범의 정신건강이 문제였다”고 15일(현지 시각) 발언해 논란이 되고 있다. 그는 작년 10월 라스베이거스 총기 참사 때도 범인의 정신 건강을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총기 추가 규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주 마조리 스톤맨 더글라스 고교에서 전날 오후 2시쯤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17명이 숨지고 16명이 부상했다. 미국에서 올해 들어 18번째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플로리다 총격범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는 수많은 징후가 있었다”며 “그는 심지어 기괴한 행동 때문에 학교에서 퇴학당했다”고 썼다. 그는 이어 “이웃과 급우들은 범인이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이러한 사례들은 항상 당국에 보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2월 15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플로리다주 고교 총기 난사 사건의 희생자를 애도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몇 시간 뒤 TV로 생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도 이번 사고에 대해 “끔찍한 폭력, 증오, 악의 광경”라고 말하며 희생자를 애도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설 현장에서 CNN 기자가 “미국에서 왜 이런 일이 계속되는 것인가? 총기에 대해 뭔가 (규제)를 할 건가?”라고 질문을 던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대답하지 않았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총기규제에 관해 너그러운 입장을 유지해왔다. 지난 해 11월 미 텍사스주 한 교회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로 26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다쳤을 때도 그는 사건의 본질에 대해 “총기 문제가 아니라 가장 높은 수준의 건강문제”라고 말했다. 또 라스베이거스 총기 참사가 발생한 10월에는 범인을 “매우 아픈 사람”, “미친 사람”이라고 부르며 “총기 추가 규제 가능성은 얘기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총격 전 범인의 이상행동을 알았더라도 당국이 그를 막기 위해 무엇을 해야 했는지는 분명치 않다”며 “범인은 소셜미디어에 총기 사진을 올리기도 했지만, 총기구매는 합법이었다”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총기협회(NRA)는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협회 트위터 계정에 연인에게 총을 선물하라는 내용의 포스팅을 올려 빈축을 샀다. NRA는 총기 참사 직후 해당 포스팅을 삭제했다.

비영리단체 ‘총기 사건 아카이브(Gun Violence Archive)’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평균 이틀에 한번씩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다. 이날까지 1843명이 숨졌고 3176명이 다쳤다.

미국은 전 세계 인구의 5%도 되지 않지만, 총기 난사범의 31%(90명)가 미국인이라고 CNN은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미국은 선진국 중 총기 사망률이 가장 높은 나라로, 미국인이 총격으로 인해 사망할 확률은 영국인보다 51배 높다. 총기와 관련한 자살은 미국이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보다 8배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