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일본 총리가 페이스북에 아사히신문을 비판하는 글을 띄워 논란이 되고 있다. '아베 1강'이라는 유행어가 나올 만큼 막강한 권력을 구축한 아베 총리가 비판 언론을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의 발단은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이다. 모리토모 학원이라는 오사카의 극우 사학법인이 초등학교를 추가로 세우겠다며 국유지를 시가의 8분의 1 가격으로 헐값에 사들였다 들통난 사건이다.

아사히신문은 작년 5월 "이 학원 이사장이 '아베 신조 기념 초등학교'로 만들겠다는 서류를 재무성에 적어냈다"고 보도했다. 아베 정권 지지율이 석 달 연속 폭락하게 만든 도화선 중 하나였다. 하지만 반년 뒤 재무성이 공개한 실제 서류에는 '아베 기념 초등학교'가 아니라 '가이세이(開成) 초등학교'라고 적혀 있었다.

이 일이 두고두고 논란이 되자, 아사히는 지난 6일 해명 기사를 냈다. 문제의 기사는 모리토모 학원 이사장이 아베 총리 부인과의 친분을 주위에 과시하며 "아베 신조 기념 초등학교를 세우겠다"고 말하고 다녔다는 취재 내용을 토대로 썼고, 이후 학교 이름이 다르다고 밝혀지자 그런 사실도 충실히 보도했다는 취지였다. 실제로 당시 아사히가 제기한 의혹 중 학교 이름을 제외한 다른 주요 내용은 대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아베 총리는 이 해명 기사를 읽은 뒤 페이스북에 "불쌍하네요. 아사히다운 비참한 변명. 예상 그대로였어요"라는 글을 띄웠다. 야당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총리 계정으로 떴는데, 본인이 쓴 것 맞느냐"고 묻자 아베 총리도 "제가 썼다"고 인정했다. 사민당·공산당 등 야당은 "총리가 자기에게 유리한 기사는 이용하고, 불리한 기사는 특정사를 거명하며 공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베 총리는 2016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와 뉴욕에서 만났을 때도 "당신(트럼프)과 나는 공통점이 있다. 당신은 뉴욕타임스지에, 나는 아사히신문에 얻어맞았지만 이겼다"고 농담했다. 당시 극우 성향 산케이신문은 "이 말에 트럼프의 경계심이 날아갔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