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서 '우르르 꽝꽝'하는 소리가 나더라고. 체육관에 있던 사람들이 다 '으악'하면서 무조건 밖으로 달렸다니까. 한꺼번에 몰리니 넘어지는 사람도 있고. 체육관이 무너질까봐 겁나더라고." (정정희씨, 78세)
"누버가지고(누워) 있는데 천장이 와장창창 하고 바닥이 자글자글 하고 소리가 나더라고. 뛰나가면서(뛰어나가면서) 운 사람도 있는기라" (윤석순씨, 69세)

11일 오전 5시 3분 규모 4.6의 지진이 발생하며, 경북 포항시의 흥해실내체육관에서 깊은 잠에 빠져있던 '이재민'들은 또 다시 공포를 맛봤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포항 지진'으로 이재민 300명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흥해체육관을 집 삼아 지내왔다. 지진이 발생하자 이재민들은 "앞뒤 가리지 않고 출구로 내달렸다"고 했다.

11일 오후 경북 포항의 흥해실내체육관. 1층 플로어에 텐트 161개가 빼곡히 들어섰다.

◇잇따른 여진에 임시구호소 '포화'
현재 흥해실내체육관에는 이재민 텐트 161개가 들어서 있다. 지진으로 집안 곳곳에 금이 갔지만 마땅히 갈 곳이 없던 사람들이 임시구호소에 터를 잡았다. 하지만 11일 새벽 발생한 여진으로 50세대(100여명)의 이재민이 추가됐다. '안전진단 C등급(수리 후 거주 가능)'을 받은 이재민들이 갑작스런 큰 여진으로 결국 다시 임시구호소를 찾은 것. 포항시 측은 60여개의 텐트를 더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여진은 지난 11월 규모 5.6의 지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황윤희(여·35)씨는 아들(2)을 데리고 이날 임시구호소를 찾았다. 흥해읍 한미장관맨션이 집인 황씨는 지난해 첫 지진 이후에도 집에 머물렀다고 한다. 황씨는 “대피소는 사람이 많다고 안 받아줘서 불안했지만 집에 있었다”면서 “오늘 새벽에 바닥이 자작자작 갈라지고 폭탄이 터지는 소리가 나 기겁하고 방에서 잠든 아기를 데리고 이불만 뒤집어쓰고 도망나왔다”고 했다.

포항시 관계자들이 11일 오후 새로 들여온 텐트 60개를 체육관 1층에 설치하고 있다.

임시구호소를 찾는 이재민이 늘면서 구호소 환경은 점점 더 열악해지고 있다. 체육관에 220여개 텐트가 설치되면서 4~6개 단위로 붙어 있는 텐트군(群) 사이 간격은 1m 이하로 줄어들고 있는 상황. 이재민들은 최소한의 사생활 보호 조차 안되고 있다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일부 이재민들은 비좁은 텐트가 답답해 매트를 깔고 체육관 바닥에 눕기도 했다. 이미 이재민 전체를 수용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흥해체육관 곳곳에서는 ‘들어오게 해달라’는 이재민과 ‘기다리시라’는 포항시 관계자들간의 승강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흥해동 한미그린맨션 거주자 최제웅(40)씨는 “우리 아파트가 저기 들어가있는 사람들이 살았던 곳보다 더 위태로운데 왜 안들어보내주느냐”고 따졌지만 “들어가 있는 사람을 쫓아낼 수는 없지 않느냐”는 답만 들었다. 최씨는 “여진 한 번만 더 오면 아주 무너질텐데 더 이상은 불안해서 도저히 살 수 없다”고 했다.

금 간 흥해실내체육관 외벽.

◇ 신경안정제로 버티는 이재민들
흥해실내체육관은 내진설계가 돼 있지 않은 데다 건물 곳곳에는 금이 깊게 나있어,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상태다. 지난 2000년 만들어진 '내진 설계 의무 건축물'은 6층 이상 또는 연면적 1만㎡ 이상의 건축물이 해당된다. 2003년 준공된 흥해체육관은 연면적이 기준치보다 작아 내진 설계 의무 대상이 아니었다.

세 달째 텐트생활을 하고 있는 박순오(여·66)씨는 “여기도 내진 설계가 안 돼 있다고 해서 집보다는 낫지만 불안하긴 마찬가지”라며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재민들의 ‘지진 트라우마’는 이번 여진으로 더 심해졌다. 김소희(44)씨는 이번 여진으로 딸 이다현(6)양이 지진 트라우마를 더 심하게 겪고 있는다고 했다. 지난해 지진 당시 어린이집에 있다가 봉변을 당한 다현양은 그 날 이후부터 말수가 줄고 사람들을 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다현양은 탈모 증세까지 나타났다. 김씨는 “춤추고 노래하는 걸 좋아하던 아이였는데 성격이 변했다”면서 “세 달 과정의 미술 심리상담 치료를 보낼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