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김정일 장례식에서 김정은 뒤로 상복(喪服) 입은 20대 여성이 북한 TV에 찍혔다. 1994년 김일성 조문을 받던 김정일 뒤로 여동생 김경희가 서 있던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북 주민들은 그제야 김정은에게 여동생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김여정이 공식 석상에 처음 나온 건 3년 뒤인 2014년 최고인민회의(국회 격) 대의원 투표장이었다. 그러더니 2016년 당 중앙위원, 지난해 정치국 후보위원 겸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김정일의 13년 요리사였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는 "김여정은 1987년 9월 26일생이다. 큰오빠 김정철 생일이 (1981년) 9월 25일이기 때문에 생일상을 같은 날 차려줬다"고 했다. 반면 미 재무부는 김여정을 인권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1989년 9월 26일생'이라고 했다. 우리 정보 당국은 '1987~89년 출생'이라고 한다. 김일성대 교수와 결혼설, 출산설 등이 있지만 확인되지 않았다.

▶김정은과 김여정은 1996년부터 4년 정도 스위스 베른 국제학교에서 유학했다. 이국 땅에서 외로운 시간을 함께했으니 관계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어머니 고용희가 프랑스에서 암 치료를 받던 2000년대 초 김여정이 가명(假名)으로 파리의 북한 유네스코 대표부에 파견돼 어머니를 간병했다는 일본 언론 매체 보도도 있다. 김정일은 고용희가 투병할 때 김옥이라는 여자와 새살림을 차렸다. 김정은-여정 남매의 어머니 생각은 각별하지만 어머니가 북에서 천대받는 재일 동포 출신이라는 이유로 우상화는커녕 이름도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남매에겐 공통의 한(恨)일 것이다.

▶8일 평양 건군절 열병식장에선 노병(老兵)들도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김정은 행사에서 졸거나 건들거리면 처형이나 숙청이기 때문이다. 김여정만 귀빈석 기둥 뒤에서 고개를 빼꼼 내미는 등 자유롭게 움직였다. 김여정은 유럽 도시를 맘대로 다니며 쇼핑을 즐긴다는 첩보도 있다고 한다.

▶김여정이 9일 서울에 왔다. 통일부 장·차관이 모두 나간 공항 영접실에서 북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90)은 손녀뻘인 김여정에게 먼저 자리에 앉으라고 권했다. 김여정은 웃으며 사양했으나 '남매 통치' 개막을 알리는 장면이다. 어제는 평창올림픽이 개막한 날이었지만 카메라 플래시는 서울에 온 김여정에게 더 쏠린 것 같다. 무얼 들고 왔는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