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레오나르도 다빈치 사망 5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영국 왕실이 비장의 소장품을 공개하기로 했다. 왕실 재단 로열 컬렉션 트러스트는 1660년 즉위한 찰스 2세가 수집해 소장한 다빈치의 드로잉 550여 점 중 일부를 내년 전시회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7일(현지 시각) 밝혔다.

공개될 예정인 소장품 중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연분홍빛의 빈 종이'이다. 이 종이엔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아 오랫동안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과학자들이 그 비밀을 밝혀냈다. 종이에 자외선 광선을 비추자 보이지 않던 그림이 나타났다. 나무 막대기를 쥐고 있거나 방향을 가리키는 등 여러 동작을 취하고 있는 손 모양을 스케치한 것이었다. 다빈치가 1481년 '동방박사의 예배(Adoration of the Magi)'를 그리기 위해 손동작을 연구하며 그린 드로잉이다. 이 드로잉이 '보이지 않는 그림'이 된 것은 다빈치가 평소 자주 쓰던 은 펜촉이 아니라 구리 펜촉을 썼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보다 반응성이 큰 구리가 투명한 '구리염(Copper salt)'으로 산화되면서 점차 그림이 흐려진 것이다. 자외선은 가시광선에 비해 투과율이 높아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게 됐다.

재단은 이 그림을 '빈 종이'로 보이는 원본 드로잉과 자외선 사진을 함께 전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