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만경봉 92호를 타고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에 도착한 북한 예술단이 이날 우리 정부에서 준비한 영접 행사를 거부했다. 8일 공연이 열릴 강릉아트센터 답사도 하지 않았다. 통일부는 정확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으나, 묵호항에서 열린 보수단체의 입항 반대 시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과 단원 114명 등은 만경봉호에서 내리지 않고 첫날밤을 보냈다.

만경봉 92호는 이날 오후 4시 30분쯤 우리 해양경찰 경비함의 호위를 받으며 묵호항에 도착했다. 연돌(배기가스 굴뚝)에는 인공기 표시가 선명했다. 만경봉92호가 한국에 온 것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당시 응원단을 태우고 부산에 입항한 지 16년 만이다. 당시는 시민 수백명이 한반도기를 흔들었지만, 이날 묵호항에는 보수단체들이 태극기와 성조기 200여 개를 흔들며 반북 시위를 벌였다. 보수 단체 회원 200여 명은 오후 3시쯤부터 묵호항 부두에 나와 확성기를 통해 "만경봉 물러가라" "인공기 내려라"고 요구했다. 일부 시위대는 가로 1m 인공기를 불태우고 A4 크기의 김정은 사진이 있는 종이를 찢기도 했다. 만경봉 92호에 타고 있던 북한 인사들이 갑판에 나와 이를 보고 사진을 찍었다.

이날 오전부터 묵호항에는 해양수산부와 통일부, 관세청 등 정부 관계자들이 모여 만경봉 92호 맞을 준비를 했다. 연안여객선 터미널 출입구를 봉쇄하고 금속탐지기와 보안검색대를 설치했다. 묵호항에는 국내외 취재진 150여 명이 몰렸다. 취재 열기가 고조됨에 따라 이날 묵호항 일대엔 만경봉호의 입항을 앞둔 오후 4시부터 비행금지구역까지 임시 설정됐다.

북한 예술단은 8일 강릉 공연 때까지 만경봉 92호를 숙소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들은 강릉 공연이 끝난 뒤에는 서울 워커힐 호텔로 숙소를 옮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만경봉호는 북한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북한 예술단은 전날 평양을 출발해 열차 편으로 원산까지 이동한 뒤 이날 오전 만경봉호에 올랐다. 조선중앙방송(라디오)에 따르면, 평양역에서 열린 환송식에서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이 박광호 노동당 선전선동부장 등과 함께 예술단을 전송했다. 김여정이 직접 배웅함으로써 예술단 공연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표명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