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나이티드 항공이 최근 한 동물 손님 때문에 곤혹을 치렀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3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WP는 이날 뉴욕 사진작가 겸 행위예술가인 벤티코 씨가 지난 28일 자신의 ‘정서 지원 동물(ESA)’인 덱스터와 함께 항공기에 오르려다 제지당했다고 전했다. ESA는 우울증이나 불안증이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반려동물과 함께 여행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제도다. 장애인 보조견과 달리 특정한 교육을 필요하지 않으며, 집에서 키우는 동물이라면 종류와 크게 상관없이 ESA로 인정받을 수 있다.

문제는 덱스터가 공작새였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유나이티드 항공은 성명을 내고 “(덱스터는) 무게와 크기 등 반려인과 함께 탑승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항공사 측은 (벤티코 씨가) 공항에 도착하기 전 이를 세번이나 설명했다”고 밝혔다.

유나이티드 항공은 또 “탑승객은 공항 도착 48시간 전까지 ESA와 함께 항공기에 탑승해야 한다는 진단서 등 필요한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며 벤티코 씨는 이마저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항공사 측은 결국 이날 벤티코 씨가 덱스터의 몫까지 구매한 탑승권 2장을 환불하고, 이들이 인근 호텔로 이동할 수 있도록 택시비를 지원했다.

2018년 1월 28일(현지시각) 미 뉴워크 공항에 도착한 공작새 ‘덱스터’가 공항 터미널에서 탑승 수속을 기다리고 있다. 덱스터는 이날 주인 벤티코 씨와 함께 로스앤젤레스로 떠날 계획이었다.

여행 방송 ‘더 제트셋’은 승무원과 공항 직원들의 말을 인용, “벤티코 씨는 이전에도 뉴욕 JFK공항 등에서 여러번 ESA와 탑승을 거절당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덱스터의 안타까운(?) 소식은 최근 ESA 규정 강화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미 교통국의 통계를 보면 ESA와 관련해 접수된 불만사항은 2012년 411건에서 2016년 2014건으로 5년간 500%가량 늘었다. 델타항공은 이에 따라 오는 3월부터 전문 수의사 진단서 제출 등을 골자로 하는 새 규정을 시행한다. 새로 시행되는 규정에는 거미, 염소 등 특이 동물의 탑승을 제한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유나이티드 항공은 ‘덱스터 사건’ 이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ESA가 필요한 탑승객들의 편리를 고려해, 항공사 직원과 탑승객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균형적인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